섭씨 24℃에 반응하기(소울아트스페이스)_100701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위치한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조금은 특이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품 옆에 있는 네임라벨에 작가의 이름이 없는 ‘익명전’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영준 큐레이터는 작가의 이름뿐만 아니라 기존의 작품 경향마저 지운 작품전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과연 그동안 작품을 보면 작품 옆에 있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을 확인하며, 재료나 제작 년도 등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익명전’을 둘러보면서 나 자신 조차도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이름을 보려는 행동을 보였다. 작가의 이름을 보려고 했으나 ‘없을 때’의 그 기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듯 한 신선한 느낌이었다.

작품004

“… 이 전시는 작가의 ‘이름’(그 배후에 있는 커리어를 포함하여)을 지움으로써 감상 현장에서 작동하는 습속으로부터 탈주를 시도한다. 사실 ‘작품의 계급장 지우기’ 시도는 감상을 균질한 시각으로 강제한다. 이 강제가 작품의 다양한 (사회 가치적) 위상을 볼 수 있는 ‘차이’를 소거했지만, ‘강제’는 ‘무균상태의 투명성’을 은유하고 환기하고자 함이다…..”                             – 큐레이터 김영준 –

전시의 부제인 ‘섭씨 24℃에 반응하기’는 부산의 7월 평균기온을 뜻한다고 한다. 이 전시가 익명으로서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작업 주체들이 동일한(평균된) 전시 관념을 가지고 시도해 주길 유도한 매개라고 김영준 큐레이터는 설명을 해 준다.

전시장을 나와 돌아오는 시간 내내 그 작품들의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전시 작품 감상 후에도 그 전시를 생각하게 만드는 김영준 큐레이터의 ‘작전’이 성공 한 셈이다.

– 장소 : 소울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0. 7. 1 – 7월 18일

추PD의 아틀리에 abc@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