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展: 텅빈충만(갤러리 연오재)_20160127

//연오재 보도자료//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포스트 단색화’ 그룹에 미술시장과 평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세대 단색화 화가들(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윤형근, 정창섭 등 )의 작품은 모노크롬 회화라 불리면서 한국을 넘어 홍콩, 상하이, 런던, 파리, 바젤,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4명의 작가마다 예술을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단색화 화가들의 작업이 지닌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 초월적이며 명상적, 정신적인 마음의 영역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의 정신성과 물성에 집중한 전시 ‘텅 빈 충만’전을 통해 서양의 모노크롬화는 단숨에 한 가지 색을 칠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한국의 단색조 회화는 행위의 반복이 중요하며 이런 행위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 즉 일정한 수행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를 비워 내는 과정의 산물을 살펴보고자 한다.

단색조회화는 ‘Dansaekhwa’라는 고유명사와 함께 서양 미니멀리즘과 한국 정신성과의 융합 글로벌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정의 결합을 통해 한국적 정통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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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우

찢긴 종이 사이로 먹색이 배어난다. 뚫린 구멍 틈으로 바람이라도 불 듯하다. 곱게 간 먹으로 하얀 화선지 위에 섬세한 붓질을 펼쳐놓는 것이 으뜸이던 시절, 서울대 동양화과 첫 해 입학생인 권영우는 붓과 먹을 한쪽으로 밀어냈고 종이를 찢었다. 파격은 반항으로도 보였으나 실험정신은 곧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예술의 독자성을 찾아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던 그는 1962년을 전후해 한지(韓紙)를 자르고, 찢고, 뚫고, 붙이는 행위로 작업을 전개하며 ‘종이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권영우의 탁월함은 여러 장 정성스레 겹쳐 바른 종이가 만들어내는 입체감, 이를 손톱으로 긁고 찢어내고 뚫고 채색하는 과정에서 몸이 만들어낸 리듬감에 있다.

남춘모

가느다란 각목 위에 파스텔 톤으로 염색된 천을 올려놓고 투명 폴리를 바른다. 폴리가 다 마르고 난 뒤 천으로부터 나무를 분리시키면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최소한의 형태를 완성하게 되는데, 이것들을 다시 수지로 서로 접착시키면서 적정한 크기의 평면으로 조절하여 마무리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현대 산업사회의 산물로서의 재료, 즉 합성수지를 이용하여 가장 자연스러운 색의 표현에 도전하는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명료한 질료의 본성뿐만 아니라 시각의 즉각적인 수용과 평면성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즉 전시장의 깨끗한 흰 벽면에 걸린 작품들은 최소한의 색을 보유한 채 관람자의 첫눈에 모두 비춰지는데 이때 투명성을 더울 강조하기 위하여 작가는 캔버스 대신 또다시 투명 아크릴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언뜻 예술이 다른 예술 매체로부터 차용한 모든 효과들을 제거하고 매체의 고유한 본성에 집중함으로써 순수해지는 그린버그의 모더니즘에 근접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질료의 순수함을 가지되 자신만의 매우 서정적인 색채를 지녔으며, 평면이되 요철이 있는 평면으로 관람자의 시점에 따른 입체감을 형성하여 모더니즘의 평면성에서 일탈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며 이는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배

숯의 화가 이배는 숯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표현 도구 그 이상으로 작품화시킨다. 망설임 없이 그려낸 듯 간결한 수묵추상에 은은한 광택의 매제를 여러 번 도포해 발현되는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동양적인 미감과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함께 보여준다.

최병소

최병소 작가는 캔버스와 물감 대신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문지와 볼펜을 작품의 주 재료로 선택한다. 활자가 가득한 신문지 위에 볼펜으로 수없이 반복하여 덧칠하고, 이 볼펜의 흔적조차 연필로 또 지워내 결국 검정색의 단색 화면을 남긴다. 신문지는 시커멓게 지우는 그의 행위로 말미암아 닳아 얇아지고, 찢기고, 끝내 검고 빛나는 껍질로 변모한다. 작가는 이렇게 신문과 볼펜을 일체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들은 서로 흡수되고, 접촉하여 찢어지고, 마찰을 통해 발열, 연소한다. 이 과정을 통해 몸의 살아있음을 경험하고 정신을 단련한다. 그리고 신문지는 하나의 숭고한 순수물질로 거듭난다.

현재 각광으로 받고 있는 4명의 작가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오랜 한국의 정신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단색의 미니멀리즘 개념을 더욱 강조한 이번 전시를 통해 Dansaekhwa’의 새로운 미감이 형성되기를 희망해본다.//연오재 보도자료//

– 장소 : 갤러리 연오재
– 일시 : 2016. 1. 27 –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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