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일展(갤러리 폼)_20160901

손문일

인체 입상 작업의 계획 방향은 “관계”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서 형태는 “관계”시리즈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잡았다. 구성적인 요소와 비구성적인 요소. 즉 실제 사물을 캐스팅한 요소와 기하학적인 선, 면 같은 단순한 형태를 합친 형태.
그리하여 수지(REGIN)를 녹인 후 유리판 위에 부어서 플랫한 수지판을 만들었다. 그 판을 비구성적인 요소를 상징하는 물질로 대입하여 캐스팅된 인체의 상체 상부에 붙였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작업을 보았을 때 이러한 행위는 “관계’ 시리즈의 입체 형상이라는 의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때 플랫한 수지를 제작 할때 형성된 판판한 부위의 반대 면에서 수지를 녹였을 때의 느낌, 열과 수지의 흐름, 예측하지 못한 흐름의 방향, 캐스팅 되지 않은 곳의 반사율 등이 “관계”작업에서 페브릭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에너지를 나에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비구상적인 요소를 상징하는 플렛한 판을 제거하고 다시 수지 물질이 가고자 하는 방향, 내뿜는 에너지를 오롯이 보여 줄 수 있는 물질성을 중심으로 다시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또 다시 이번 작업으로 인해 작업 계획, 상상, 개념들 같은 형이상학적 것들과 수지, 캐스팅 틀, 글루, 반사 빛 등의 실제 물질이 나에게 주는 피드백 등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작품을 구성하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계획으로는 수지로 인한 물질성의 장점으로 보이는 요소들, 즉 자유로운 캐스팅과 이어 붙임, 예측 어려운 열로 인한 흐름 등의 실체적인 것들과 형이상학의 대표적 상징인 언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작업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야광 물질은 자외선을 만나 빛을 내고 다시 내뱉는다. 이러한 야광 물질의 속성을 중심으로 하여 시간에 따라 야광 물질이 빛을 내뿜고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지속하기 위해 광원의 궤적은 원이라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물질의 속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 하는 과정은 최종적으로 형태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번 작업에서도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물질의 속성이었다.
원이라는 형태는 동양에서는 하늘을 서양에서는 태양을 상징하는 도형이고 기하학적 면에서도 완성형에 가까운 도형이다. 도형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출발점으로 가게 되는 형태, 이러한 연유로서 종교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형태이다.
“빛과 원”의 작업을 통하여 물질의 속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형태가 결정되는 과정과 앞에서 말한 원이 가지는 속성들. 이 두 가지로써 기호학적인 속성과 형이상학적인 의미는 서로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손문일//

– 장소 : 갤러리 폼
– 일시 : 2016. 9. 1 –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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