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호展(갤러리 아트숲)_20160920

//기획의도//
2012년 개관이래 갤러리 아트숲은 47번째 기획전을 구본호 작가의 작품과 함께 한다.
한국화의 진경산수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그의 작품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가 보아온 기억의 잔재들을 끄집어내어 화폭에 담아내고 그 곳에는 언제나 작가 자신이 있다. 내가 본 것만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진경산수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ec%9b%b9%ec%9d%b4%eb%af%b8%ec%a7%80

많은 작가들이 한국화의 현대적 해석에 힘들어한다. 적당한 절충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옛 것을 함께하며 새롭게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이지만, 때로는 전통화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구본호 작가의 작품은 재료에서 주는 한국화의 느낌과 소재에서 주는 정감, 그리고 카메라를 갖고 있는 이 시대의 인물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한국화의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번 전시는 기획되었다. 최광규 작가에 이은 두 번째 한국화 전시. 한국화의 부진과 침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시로 기대된다.//갤러리 아트숲 보도자료문//

//작가노트//
겸제 정선은 30대 후반에 처음으로 금강산에 간다. 이후 그 절경을 잊지 못해 여러 번 오른다. 그리고는 금강전도, 만폭동도 등의 수작을 남긴다. 정선뿐만 아니라 김홍도, 김득신, 장승업 등의 산수화를 보면 한결같이 산, 바위, 나무 등은 크게 묘사되어 있는 반면 그 속의 인물들은 항상 작다. 마치 자연 속의 개미만한 인물의 크기이지만 화면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한 소재가 된다. 내용으로 잘 들여다보면 이 인물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정선은 만폭동을 보며, 박연폭포를 보며 웅장한 모습을 자신과 함께 화선지에 담아낸다. 주위 대상물을 크게, 자신의 모습은 작게.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는 의미, 자연의 웅장함 또는 숭고미를 표현하기 위한 상대적 크기는 인간을 통해 비유된다.

요즘은 옛보다 훨씬 편리하게 유람을 한다. 그리고 디카, 핸드폰이라는 디지털을 통해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자신이 유람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셀카봉이 만들어진다. 이전에는 대자연 속의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 메모리로 남긴다. 자신의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만물을 가득 담은 주위의 풍경과 함께, 이것이 진경이며 실경산수화다. 현재는 세카봉의 거리에 맞춰 카메라렌즈에 들어오는 풍경이 전부이며, 이것도 한가운데 우두커니, 화면을 지배하는 상당한 크기의 내가 서 있다. 옛날에는 화면의 부제가 사람이었다면 현재는 인물이 화면의 부담스러운 주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그림이 언제부터 인물이 화면 앞으로 나아오기 시작했을까?
기억을, 추억을 회상하면서 화선지에 붓으로 재현하든 것이 언제부터 조그마한 화면에 손가락을 돌리면서 추억을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가? 옛날에는 기억을 재현했다면 현재는 기억을 확인하고 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억은 쉽게 휴지통에 버리는 기억이다. 디지털이 화가에게 주는 장점도 있겠지만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성까지 사라지게 하는 것을 아닐까?

나는 오늘도 붓을 들고 나무를 그리고 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2016. 9
오륜동 해동저수지 옆 작업실에서

//프로필//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고 신라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이론 및비평,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하였다. 부산, 서울, 일본 등에서 16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60여회의 단체전시를 했다.
현재는 동명대학교 겸임교수, 충무동 새벽ㆍ해안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단장, 공공미술ㆍ디자인 전문 티엘갤러리에서 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정책, 도시재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가 있다.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6. 9. 20 – 10. 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