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연展(갤러리 아트숲)_20171205

장원(미술평론가)

안정연의 <도시 이미지> 시리즈는 현대의 도시 공간 안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나 가옥의 형태들을 다양한 특정 시점에서 포착하고, 이들을 그리드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화폭 안에 고정시킨 평면 작업이다. 작가의 거주지역인 부산의 도시 모습을 형상화한 이 시리즈는 <레고마을>, <삶>, <옥상> 등의 부제를 담은 작품들의 몇 가지 유형으로 그룹지어 나타나는데, 그녀의 캔버스 안에 프레임된 이미지들은 모노톤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대도시의 딱딱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각인시켜 놓은 듯하다.
<도시 이미지 – 레고마을> 시리즈는, 건물들이 마치 레고를 쌓은 것처럼 동일하고 반복적인 외면적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모습과 생활방식을 통해 삶을 영유해가고 있다는 다양성과 차이들을 무시하는 도시의 이미지 맵핑에 대한 하나의 시각적 비평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것을 그리드로 균질화된 도시와 건물들의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시각적인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그동안 주변의 사물들을 그려오며 일상의 소소함과 잔잔함을 전해주었던 안정연 작가가 박제화된 도시 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갈등하기도 하며 살아갈 사람의 모습을 언제 어떻게 다시 불러들이게 될지 궁금증을 가지며 이후의 작업들을 기대해본다.//장원(미술평론가)//

//작가노트//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동에 있는 독특한 형태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 레고 마을. 지붕의 색이나 집의 규격이 동일하여 그 모습이 흡사 레고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1986년에 지어진 국민주택으로 6×9 배치를 이루어 총 54가구인 주택들이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 있어 레고마을은 단순한 우연으로 접하게 된 소재이다.
아트페어에 참석하신 관람객 분들 중 한 분이 보내주신 신문 속 흑백사진, 그것이 레고마을이었다.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던 상태에서 나에게 레고마을, 그 자체로서는 어둡고 침체되어 보이는 흑백 이미지 속 빈민촌을 연상시키게 했다. 레고마을은 실제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색감들에 비교적 낮은 채도를 사용하여 아름답게 보이려는 의도를 띄고 있었지만 그와 달리 나는 이를 단색화 함으로써 옛 빈민촌에서 느껴지던 사람들의 애환과 삭막한 삶의 비애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나의 색감만으로 이들의 삶을 다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되어 밝게 비추는 불빛이나 달, 그 밖의 여러 효과들을 이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 각자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고 생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안정연//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7. 12. 5. –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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