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송展(갤러리 이듬)_20181102

//작가 노트//
작업의 주된 소재는 여행에서 보았던 ‘식물’로 시작되었다. 여행에서 보았던 대 자연의 기억은 인간은 우주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유기적 세계관에서 본 인간은 다른 생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통일성에 맞물려 순환하고 움직이는 개체일 뿐이다. 따라서 자연, 즉 세계와 인간과는 어떠한 분리와 간격이 있을 수 없고 내재적으로 가치이자 존재로서 자리 매김 된다. 여행과 자연에서 받은 기억에서 출발한 작업은 회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억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실체이다. 감각에 의해 인식되는 기억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만든다. 이러한 기억은 새롭게 재창조되기도 하고, 또 쉽게 허물어지기도 한다. 나는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순간의 기억들을 붙잡기 위해 기록한다. 생생한 꿈의 기억인 듯 떠오르는 장면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모호한 감정에 사무치게 했다. 사람들은 기억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산다. 보통 추억이라고 명명하는 그것은 때로는 구체적인 형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극히 추상적인 무언가가 되어 우리의 공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작은 기억속의 순간이 떠오를 때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그 것을 포착한 순간에 무한히 확장되는 의식의 영역을 기록하려한다.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기억은 자연스럽게 혹은 작고 큰 노력에 의해 잊혀 지거나 상기됨을 반복한다. 망각 또한 어떤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림을 일컫는데, 잊혀짐과 다시 기억속의 조각을 떠올리며 채워가는 과정에서 망각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나의 작업은 기억과 망각의 집합하는 소재인 자연, 풍경, 식물을 표현하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는 기억의 작용과 맞닿아 있다.

나의 작업은 삶의 체험과 기억 그리고 상상으로부터 얻어지는 경험적 정서를 드러냄으로써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감정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작품에서 밤을 연상시키는 어둠은 단순한 의미 이상을 가지기 때문에 먼저 어둠이라는 요소가 주는 의미를 연구하였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둠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이 지각은 시각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빛에 익숙해지고, 그 밝음 속에서 무엇을 보고 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면, 보지 못하여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작업에서 주목한 어둠이라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두려움으로의 표현이아니라 실체를 감추는 역할의 어둠이다. 감추어진 실체는 그 안에서 상상력을 더해서 감성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무시간적이고 무공간적인 어둠과 대비되는 기계적이고 측정 가능한 빛의 시간에 대한 이원론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의미로서의 어둠과 음성의 연구를 하고 있다. 어둠속에서 드러나는 형광빛을 내는 오브제들을 통해 내가 나타내고자하는 감성적인 메시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어두운 배경을 주로 선택하여 중첩의 효과를 통해 어두움에서 드러나는 형광빛은 일반적인 빛이 아니라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즉 낯설게 하기란, 지각에 소요되는 시간을 연장시킴으로써 표현 대상이 예술적임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셈이다. 낯설게 하는 형광빛의 효과는 궁극적으로 관람자의 기대를 무너뜨려 새로운 인식을 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어둠은 감추는 역할로 현실을 포용하여 공간을 하나로 통일되어 보이게 하고 또한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나름의 상상력을 더 하게 한다. 어둠은 밤이 주는 깊이의 세계로 끌어들여 시공간의 무한성을 느끼게 한다. 내가 주목한 어둠의 상징성은 어둠에 의해 가려지고 감추어진 모습과 그로 인해 드러나는 낯설거나 혹은 낯설게 변화한 모습들의 오브제들의 모습이다. 어둠이라는 것은 어떤 공간이나 구체적인 기억의 익명성을 강조하여 낮과는 다른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낯설음은 무언가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 중에 하나로서 어색함과 신선함, 불편함과 신비감등과 같이 공통점을 찾기 힘든 여러 감정들이 낯설음이라는 어둠의 테두리 안에서 대립과 공존을 되풀이 한다. 예술은 이러한 일상생활의 친숙함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이며 일상의 낯익음의 껍질을 벗기고 그것을 다시 낯설게 하여 지각의 신선함을 되살리는 행위인 것이다.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 형식주의자 시클로브스키의 예술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삶에 있어서 사물은 우리와 친숙한 상태에 있는 까닭에 특수하고 개성적인 면은 소실되어 버리고, 다만 도식성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음성과 어둠에 감추어진 오브제들의 공간은 낯섦과 낯익음을 반복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장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낯설음을 체험하게 되는가 하면, 어떤 장면에서는 마치 자기가 속한 곳을 보는듯한 낯익음을 느끼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인이 지향하는 작업은 어둠으로부터 낯설게 하여 생기를 불어넣는 것, 삶에 대한 자각을 재발견 시키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작가 노트//

– 장소 : 갤러리 이듬
– 일시 : 2018. 11. 2. –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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