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교展(정철교 작업실)_20231201

//언론 보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덕골재길 31-6. 50년 가까이 부산에서 작업을 하는 정철교 작가의 작업실 주소이다. 2010년 정 작가는 이곳으로 이사했다. 작업실과 갤러리, 주거와 손님맞이 차실까지…, 죽을 때까지 살 꿈의 공간을 완성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1년 신고리 3·4호기가 건설되면서 지역의 풍경이 바뀌게 된다.

“마을 어디서나 원자력 발전소 돔이 보이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불편한 느낌이었죠. 불편함이 불안함으로 확연히 바뀌게 된 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계기였죠. 마을 주민들은 늘 이렇게 핵이라는 위험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평화로운 풍경과 원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현실을 그림으로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단단한 내공이 담긴 아름다운 풍경화에는 둥근 원자력 발전소 돔이 꼭 등장한다. 갤러리로부터 “작품 판매가 잘 되기 위해선 풍경화에서 돔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 정 작가는 그 제안을 거부하고 여전히 그의 풍경화 곳곳에는 흰색 돔이 꼭 등장한다.

“언양의 반구대 암각화는 7000년 전의 사람들이 암벽에 그 시대의 삶을 기록하여 현재에도 알 수 있게 했죠. 위험하지만 계속 존재할 원자력 발전소를 보며 ‘이곳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을 주민이며 화가인 내가 할 일이죠. 그림 그려야 할 목적과 이유가 있는 이곳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원자력 돔이 들어간 풍경화는 불안하지만 삶을 이어가야 할 주민에게 보내는 작가의 위로이자 애정이기도 하다. 올해도 20일까지 자신의 작업실에서 정철교 전을 열고 있다.

정 작가는 팔레트를 사용하지 않고 물감을 바로 붓에 묻혀 캔버스에 그린다. 이런 방식덕분에 정 작가의 그림은 유난히 맑고 선명하다. 연필 스케치의 선까지도 보일 정도로 투명한 그림도 있다. 무엇보다 붉은색으로만 완성하는 작품에선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붉은 윤곽선은 혈관이고 핏줄입니다. 굵은 선은 동맥과 정맥, 가는 선은 실핏줄이죠. 멈추고 정지된 풍경에 피돌기를 시도하며 꽃과 나무, 사람과 집에 활기가 넘치고 생명력이 되살아나길 기원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붉은색 그림을 비롯해 다양한 색이 들어간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붓꽃을 비롯해 꽃밭 그림들도 작가 특유의 화법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전시장 첫머리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걸려 있다. 지난해 자화상 전시 때 관객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문장을 남겨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 받은 글들이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됐다. 과감하고 솔직한 표현들에선 절로 웃음이 터진다.

정 작가는 미술계에선 치열하게 작업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업실에는 천여 점이 넘는 그림들이 있으며 매일 13시간 가까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라도 작업을 거르지 않는다는 작가는 여행을 갈 때조차 작은 캔버스 수십 개를 챙겨갈 정도이다.

정 작가는 전시를 보러 온 이들에게 자신의 작업실을 꼭 보여준다. 작가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작업실에서 본 풍경이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되었는지 알면 그림 보는 재미가 커지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서생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작가의 차실에서 작은 여유도 누려보길 권한다.//부산일보 2023.12.14.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장소 : 정철교 작업실
일시 : 2023. 12. 01 –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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