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展(로터스 갤러리)_20240314

//작가 노트//
시간(時間) : 어떤 시각에서 시각까지의 사이.
우리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환영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끊이지 않는 거대한 허상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서부터 작업을 출발하였다.
물리학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거대한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한다. 따라서 거대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 근처에서는 공간도, 시간도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다는 것이 믿겨지는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 근처에 있는 밀러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이라는 설정이 나오며 이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시간은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이 아니라 거대한 우주 속 우리은하 변두리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 이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만 극한되는 시간이다. 이러한 사실은 나로 하여금 시간에 대한 고민들을 제공하였고 이러한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삶의 전반적인 문제의식으로 번졌다.

“거대한 중력을 가진 천체는 그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시킨다.” 이 사실을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발견한 나의 커피잔은 마치 우주에서의 블랙홀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30ml의 아주 작은 용량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통하여 여러 관계를 맺을 때 나는 시간의 왜곡을 가장 크게 느낀다. 또한 부피는 작지만 거대한 질량을 가지고 있는 블랙홀처럼 나의 에스프레소 잔은 30ml라는 용량에 맞지 않는 수많은 나의 기억들이 그 잔 안에 담겨있다. 나에게 있어서 에스프레소 잔은 결국 블랙홀과 맞먹는 강한 중력을 가진 물체로 자리 잡힌 것이다.

나는 이 에스프레소 잔을 활용하여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이의 이름은 이쿠푸(ICUPU)이며 I LOVE U에서 LOVE를 CUP으로 대체하여 지은 이름이다. 이는 나의 시간의 길이를 관장하는 가상의 존재로 나의 시간의 길이를 줄이고 늘이는 일들을 한다. 화면에서 보여 지는 면으로 표현된 이쿠푸와 선으로 표현된 이쿠푸 사이의 틀어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계에서의 시간과, 체감하는 왜곡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을 나타낸다. 유사하지만 동일시되진 않고 그렇다고 별개로 볼 수는 없는 왜곡되는 시간 그 자체로써의 조형적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작품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는 대중들에게 각자만의 시간을 살길 권유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거대한 질량을 가진 시간을 왜곡시키는 대상을 찾길 바란다. 나와 같은 커피잔일 수도 혹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김성수//

장소 : 로터스 갤러리
일시 : 2024. 03. 14 –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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