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스페이스 이신에서는 2026년 5월 5일부터 24일까지 자신의 무의식과 트라우마를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재구성해 온 사진작가 사타(SATA)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AI 환각(Hallucination)’을 주제로 한 릴레이 전시로, 5월 5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1부 ‘여섯 번째 몸들의 증상’과 5월 12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는 2부 ‘사화(士禍) : 검은 피’, 두 개의 전시를 연달아 선보인다.
그동안 사진을 매개로 디지털 기술과 안료 등 다양한 혼합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21세기형 디지털 아티스트 사타는 부산 출신으로, 무의식에 내재된 트라우마와 상처를 상상력으로 시각화하고 치유하는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22년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협업하여 펼쳐내는 첫 번째 작업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AI 작업을 통해 AI의 Hallucination(환각)을 ‘저항’과 ‘수용’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첫 번째 컬러 전시(5.5~5.10)에서는 대멸종 시대 속 변이하는 신체의 감각으로 기계적 잠식에 저항하고, 두 번째 흑백 전시(5.12~5.24)에서는 생성형 AI를 현대의 붓으로 수용하는 디지털 묵법(墨法)을 통해 ‘제로 포인트’와 그 텅 빈 여백 속 무심히 자리를 지키는 십장생(十長生)의 도상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거짓과 진실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허무의 종착지이자 새로운 사유의 근원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기계의 추상적 연산에 대항하여 살아 숨 쉬는 몸의 감각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출발해, 종국에는 기계가 세계를 지각하는 환각적 방식을 예술적 수행으로 껴안는 구도(求道)의 여정”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자유롭게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사타가 선보이는 이번 AI 예술의 신세계는 우리에게 기술과 인간이 맺는 존재론적 마찰을 경험할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 노트//
‘할루시에이션 연대기(Chronicle of Hallucinations) : Satamorphosis’
기울어져 가는 회사에서 퇴직금 개념으로 받았던 디지털카메라. 내 생애 첫 카메라였습니다.
찍는 행위를 하면서도 늘 가슴 한편에는 뭔지 모를 갈증과 답답함이 존재했습니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화사한 색감과 아름다운 이미지들 속에서, 나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고난과 시간을 기꺼이 선택하고 굶주린 사람처럼 곳곳을 배회하며 이미지를 미행했습니다.
그 유명한 ‘결정적 순간’을 위해 잠복 대기를 밥 먹듯 하던 어느 날, 뇌 주름을 비집고 의문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왜 기다려야 하는가?”
컴퓨터 편집에 능한 나인데 직접 만들면 되지 않는가. 바로 집으로 돌아가 시공간을 자르고 붙이는 디지털 콜라주를 시작했습니다.
뭉근하게 나를 짓누르던 답답함이 비로소 해소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촬영되는 이미지들은 철저하게 작업의 재료로만 사용되었습니다.
그렇게 20여 년을 완벽한 통제하에 디지털 콜라주의 세계에서 나만의 시간들을 ‘호작질’하며 놀았습니다.
2024년, AI와 처음 만났습니다. 글자를 적으면 이미지가 생성되는 마법 같은 장면은 20년 전 처음 기다림을 포기했던 날의 두근거림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초기 AI의 완성도는 처참했고, 명령을 빗겨가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은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2025년 AI 성능은 발전했지만 환각은 여전했습니다. 그 한계와 부딪히며 완성한 첫 번째 전시가 ‘여섯 번째 몸들의 증상’입니다.
2020년 ‘증상인간’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업은 향후 AI를 계속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수많은 질문과 토론, 학습을 거쳤지만 할루시네이션은 피할 수 없는 장벽이었습니다.
AI가 뱉어내는 수많은 오류와 환각 속에서 내 의도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찾아내고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결과물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AI의 환각과 벌이는 아슬아슬한 사투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작업한 ‘사화 : 검은 피’를 기점으로 AI의 환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실을 지시해도 뻔뻔하게 맥락을 왜곡하고 전혀 다른 정답인 척 결과를 내놓는 AI의 오작동을 보며, 한국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비극적인 정치적 할루시네이션인 ‘사화(士禍)’가 오버랩되었습니다.
더불어 스트레이트 촬영이나 콜라주 방식으로는 온전히 구현할 수 없었던 내 머릿속의 모호한 아이디어, 그간의 ‘잠상(Latent Image)’들이 떠올랐습니다.
내 안의 잠상 역시 애초에 완벽하게 조립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역설적으로 AI가 제멋대로 뿜어내는 할루시네이션이 그 모호한 여백과 맞닿으며 내 잠상을 완성해 내는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환각은 피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작업을 완성하는 필연적인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나는 AI의 할루시네이션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직접 촬영할 수 없는 과거의 사화 비극을 거친 아날로그적 흑백 질감으로 재현해 냈습니다.
나아가 이 결과물을 마주한 관객들이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적 할루시네이션을 만들어내도록 실험해 보려 합니다.
이는 20년 전 데이터 유실로 멈춰야 했던 과거의 작업을 현재의 기술로 길어 올리는 복원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두 전시가 한 공간에 놓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여섯 번째 몸들의 증상’이 AI가 쏟아내는 환각 속에서 최대한 의도에 맞는 이미지를 솎아내며 도구의 한계와 부딪힌 투쟁의 훈련 기록이라면, ‘사화 : 검은 피’는 그 환각의 성질을 온전히 이해하고 흡수해서 내면의 잠상을 끄집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한 물아일체의 결과물입니다.
20년 전의 콜라주가 내 재료 안에서의 유한한 조합이었다면, AI는 물리적으로 존재한 적 없는 오롯한 장면을 추출해 냅니다.
기계가 던지는 환각이라는 변수를 흡수하여 내 안의 불완전한 잠상을 실체로 끄집어내는 것.
이것은 카메라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해방이자, 낯선 도구가 수족같이 익숙해지면서 던지는 환각마저 자신의 감각으로 만들어가는 자아 확장의 변태(Metamorphosis) 과정입니다.//사타//
장소 : 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 5. 5 – 5.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