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1은 이미 0을 품고 있으며, 0은 다음의 새로운 1을 품고 있다.나는 이 상호 내재적이고 순환적인 상태 구조를 ‘0|1’로 표현한다.
나의 작업에서 0과 1은 서로를 대립하고, 배제하는 두 개의 값이 아니다. 1은 생성되어 드러난 상태이지만 그 내부에는 이미 해체와 환원의 가능성인 0을 품고 있다. 반대로 0은 소멸이나 부재가 아니라 아직 출현하지 않은 다음의 1이 잠재된 상태이다. 따라서 0과 1은 시작과 끝이 아니라 서로를 내재한 채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전환되는 상태이다.
‘0|1 : Hyper State’는 이러한 0|1의 구조를 하나의 회화에서 일어나는 상태 전이를 넘어 다양한 시간과 장소, 장치와 행위 사이에서 발생하는 확장된 상태로 전개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210×1000cm 크기의 세 점의 양면 채색 롤 페인팅과 각각의 회화를 펼치고 감길 수 있도록 창작 제작한 Operating Structure_unfolding 도구 장치가 놓인다. 여기에서 회화와 장치는 작품과 그것을 보조하는 도구의 관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회화는 장치를 통과하며 펼쳐지고 감기고 이동한다. Operating Structure_unfolding 작품은 회화를 이러한 상태의 변화를 발생시키는 물리적 조건이 되고, 그 과정에서 회화와 장치, 공간과 행위는 서로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관계를 형성한다.

펼쳐진 10미터의 회화는 하나의 생성이며 가시적인 1이다. 그러나 그 1은 고정된 완성이 아니다. 회화가 장치를 통해 감기기 시작하면 이미지는 점차 내부로 들어가고, 하나의 평면은 원통형의 부피를 가진 물질적 상태로 이동한다. 이미지는 보이지 않게 되지만 회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긴 회화는 다시 펼쳐질 가능성을 장치 내부에 보존한다.
따라서 펼침과 감김은 생성과 소멸, 시작과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회화가 서로 다른 존재 상태 사이를 이동하는 상황적 방식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작업실이나 전시장이라는 실내 공간을 벗어나 야외의 자연 속으로 이동, 확장된다.
회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로 이동하여 반복적으로 펼쳐지고 다시 감긴다. 광안리 바다와 다대포 해변, 공원의 길과 숲, 도시의 야외 근교 공간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행되는 프로젝트 행위는 동일한 회화를 매번 다른 조건 속에 놓는다. 빛과 바람, 지면과 거리, 시간, 날씨, 그리고 회화를 함께 펼치고 감는 크루들의 움직임은 매번 다른 관계를 발생시며 상황에 따른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따라서 야외에서의 펼침과 감김은 동일한 행위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같은 회화가 다시 펼쳐지더라도 그것은 이전과 동일한 1로 돌아가지 않는다. 장소가 달라지고 시간이 달라지며 참여자가 달라지고 회화가 놓이는 관계가 달라진다. 각각의 수행은 이전 상태를 내부에 간직하면서도 다시 하나의 새로운 상태를 생성한다.
이를 시간적 과정으로 표현하면,
1 → 0 → 1′ → 0′ → 1″ → 0″ → 1‴ … 과 같이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0과 1의 관계는 이러한 선형적인 진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1 안에는 이미 다음 0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0 안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복수의 1이 잠재한다. 하나의 상태는 다음 상태로 단순히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내부에 가진다.
이 지점에서 0|1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생성된 복수의 상태 혹은 +1들이 일시적으로 만나고 교차하는 또 다른 1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나의 작업과 이러한 관계들의 결합과 변화 속에서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내 삶의 +1의 지속적인 형성을 관찰하고 있다.//이혜영//
장소 : 예술지구P
일시 : 2026. 10. 8 –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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