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효展(갤러리 수)_140314

2014년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용호동 오륙도SK뷰 아파트 단지 내에 새로운 갤러리가 등장했다. 개관전에는 도예가 홍찬효 작가를 초대해서 ‘시간여행展’이란 주제로 전시 중이다. 갤러리 수는 주거 공간 속에 갤러리를 통해 좀 더 친숙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갤러리가 되자는 취지로 개관했다. 갤러리 수의 김지수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펜트하우스를 구입하게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는 생각으로 갤러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아늑하고 색다른 공간에서 여러 작품을 감상하고 지친 심신을 힐링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되겠습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오륙도와 부산항이 시원하게 보이는 갤러리 수는 대중과 호흡하는 또 하나의 갤러리로 자리매김을 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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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효 작가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중진 도예가다. 현재 센텀고등학교 미술교사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 속에 바다의 느낌을 넣은 작품을 소개했다. 기존 고목나무 형태의 작품을 만들던 작가는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 본 바다를 보고 경주의 원형주상절리를 연상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절벽처럼 높이 치솟은 주상절리와는 달리 경주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부채꼴의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각 작품 속에 물과 바다의 느낌을 담은 여러 작품을 새롭게 제작했다.

『시간의 흐름을 고목나무 같은 형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면, 생명이란 결국 시간의 연속적인 윤회의 결과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우리 자신에게 알려 주는 것이리다.』<‘영원의 고리 – 생명의 시작’ 작품 설명에서>

홍찬효 작가는 각 작품에 서정적인 제목의 이름을 달았다. 그는 ‘층의 기억’ 시리즈에서 ‘지금 보다 더…’, ‘가을 밤에도…’, ‘달에 취한…’, ‘별자리’, ‘바다 내음’, ‘바다에 취한…’, ‘어둠의 밀물’ 등 자연 속에 동화 된 듯한 제목들을 붙였다. 작가는 미적인 요소와 함께 실용성도 강조한다. 그의 작품 중 고목나무 형태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벽에 걸려 있지만 땅에 평평하게 놓아도 여러 쓰임새가 있다. 물을 채울 수도 있고 꽃을 꽂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목나무에서 윤회를 이야기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작가는 ‘고목’이라는 소재를 통해 찬찬히 ‘시간여행’을 그리고 있다.

『바람 속으로 묻혀 가 버린 세월에 대한 아쉬움, 어떤 몸부림, 정말 내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조차 잊고 있는 내 자신 속에서 무료와 권태를 떨쳐 버리고 있다. 종이나 천을 구겨서 얻어내는 자국들, 고목나무의 썩어 가는 형상, 뜯겨진 베니어판의 흔적, 도시의 뒷모습, 돌멩이를 찍어낸 흔적들, 이러한 것에서 세월 속으로 묻혀 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내고 싶다. 층층이 쌓아 올리고 잘라 내고, 찍어내는 행위의 귀결은 흙이 갖는 속성과 시간을 묶어 두고 싶은 바람의 한 표현일 것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잦은 이사를 경험했는데 이것은 성인이 된 그의 기억 속에 ‘낯선 풍경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게 됐다. 그리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최선을 다 해 살다 죽어 간 고목나무에서 새로운 작품 모티브를 찾았다. 이러한 그의 경향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생명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여유로움과 세상을 따뜻하게 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이번 ‘홍찬효 작가의 시간여행’은 갤러리 수에서 3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수
– 일시 : 2014. 3. 14 –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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