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구展(갤러리 조이)_140320

갤러리 조이 개관전에 초대됐던 이순구 작가가 1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역시 장소는 갤러리 조이다. 작가는 ‘웃음’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관람객에게 행복을 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너무 환하게 웃는 바람에 반달눈이 되고 목젖과 하얀 치아가 보이도록 크게 웃는다. 웃는 인물 주변에는 나비, 꽃, 풀, 물가가 보인다. 작가는 항상 웃는 그림만 그려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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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작가는 대전과 충남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작가는 대전과 공주 지역을 중심으로 태동됐던 ‘야투’의 창단 멤버였다. 초기에는 전위적인 부분이 강했고 자연에 대한 재해석, 모더니즘 미술을 극복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작가의 작품에서 기호화된 웃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실체는 있습니다. 사랑, 은혜, 기쁨 등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그렇습니다. 나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하고,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대상의 연결고리를 웃음에서 발견했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해맑은 웃음과 기쁨만 등장할 것 같은 작품에 대해 이지호 평론가는 또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다.
『사회적·문화적 관습에 도전적인 그의 작가적 이력을 본다면 이순구의 웃음은 그저 웃음이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모순의 현실을 고발하는 해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회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는 냉정한 시선을 갖은 행동주의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웃음 뒤에는 숨겨진 권력자들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고발하는 사회 풍자화로서의 기능이 분명히 들어 있다고 본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시선이지만 모순과 부조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그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다. 가끔은 어색한 웃음으로 묘사된 것을 보면, 이러한 그의 저항정신을 언뜻언뜻 느끼게 한다. 』

이번이 16번째 개인전인 작가의 작품을 보면 지난 전시와 조금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인물 뒤에 빼곡하게 그려진 잔디나 풀 등 자연물에 눈길이 자주 간다. 예전에는 웃는 얼굴만 보였다면 이번에는 그런 배경들에서도 웃음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도 나비도 방긋 웃고 있다. 웃음을 통한 소통과 대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조이에서 4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4. 3. 20 –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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