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展(갤러리 조이)_141017

독일에서 공부를 한 미술 작가들 중 이력을 보면 간혹 마이스터쉴러(Meisterschüler) 졸업이라는 것이 있다. 독일 대학에서 마기스터(Magister)는 우리나라의 석사 과정이고 독토(Doktor)는 박사 과정을 뜻한다. 미술대학의 경우 디플롬(Diplom)과 마이스터쉴러 학위로 구분하는데 디플롬은 석사학위, 마이스터쉴러는 박사학위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명의 지도교수는 일 년에 일정 수 이상의 마이스터쉴러 과정 학생을 지도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독일은 도제적인 교육이 강한 편인데 마이스터쉴러는 일종의 수제자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달맞이 언덕은 완연한 가을이다. 문텐로드에는 조금 흐린 날씨이지만 떨어진 낙엽과 함께 가족이나 연인들로 북적거린다. 달맞이길 65번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갤러리 조이가 있다. 이곳에선 독일 국립 뉘른베르크 서양화전공 마이스터쉴러 졸업을 한 김준희 작가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안산 거주인 작가는 현재 매주 한 번씩 내려와 동아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이 여덟 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부산 동주대학교 석파미술관 초대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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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대부분의 작품 속에는 하트 모양이 들어 있다. 가끔 물고기, 사다리 등의 형태도 보이지만 대체로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다. 캔버스 위의 이미지들은 원색적인 색상의 물감으로 조금 거칠게 그려져 있다. 일부 작품 속에는 한글 또는 영어로 쓰여 진 성경 구절이 보인다. 하트 모양의 끝은 작품 속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 갤러리 조이 최영미 관장은 김준희 작가의 작품 속 형상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림 속에서 연속적으로 간간이 등장하는 숫자는 마치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암호처럼 궁금증을 유발하고, 궁금증이 풀림과 동시에 그림 속으로 더욱 빠져들어 또 다른 미지의 형상의 끝자락을 붙잡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해독(解讀)하게 한다. 양파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가듯 작품 내면 속으로 그렇듯 들어 가다보면 궁극적으로 ‘사랑’이라는 본질과 맞닥뜨리게 되고 비로소 회심(會心)의 미소가 나오게 된다.”

작가는 작품 구상을 정리하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가감 없이 솔직히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한다. 작품 속에는 ‘1324 12XO’라는 기호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암호 같은 숫자와 기호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성경구절을 뜻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의식에서부터 의식세계로 이끄는 ‘내면적 과정’이며 나의 ‘마음 속 풍경’을 진솔하게 찾기 위한 작업이다. 나는 그림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어떠한 형상과 내용으로 완성될 것인지 모르고 시작을 한다. 단지 그림에 몰두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그 시간 속에 있을 때가 행복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 개인적으로 ‘작품제작과정’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시간 나에게 주어진 작업환경과 본능적이고도 솔직한 순간의 직감이라고 생각한다. 숨겨있던 그 무엇! 즉 내 마음 속에서 찾고자 했던 진솔한 모습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서서히 그 형상과 내용을 띠며 나의 설렘과 기다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사랑 중에서도 아가페(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무조건, 절대적인 사랑)를 지향한다. 인간은 여러 종류의 사랑 때문에 고민한다. 작가는 사랑의 고민을 표현하면서 결국 아가페를 지향하는 결론으로 작품을 이끌어 나간다. 비록 김준희 작가와 잠깐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작품 설명 들은 뒤 다시 본 그의 작품들은 ‘사랑’이 담뿍 담긴 이미지로 느껴졌다. 사랑으로 우리 마음을 힐링하는 이번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4. 10. 17 –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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