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량展(에스플러스 갤러리)_150106

에스플러스 갤러리는 실리콘으로 제작된 작품과 판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일본 다마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이량 작가이다. 존재의 파장(Existence Wave)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평면에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실리콘 작품과 에칭 기법으로 만들어진 판화 작품이 주를 이룬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작품을 향한 스포트라이트 외의 조명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둡게 조정됐다. 박효정 큐레이터는 관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고요하게 명상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파장이란 파동의 산(마루)과 산(마루) 사이의 거리 또는 파동의 골에서 다음 골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보통 파장이란 단어를 연상하면 전자파, 레이저, 빛, 가시광선 등이 함께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모든 물질은 파장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딱딱한 돌이나 쇠의 재질에도 분자 또는 전자의 형태까지 확대 해 보면 그 속에는 파장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빛’이란 것도 입자와 파장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만물은 파장의 형태, 에너지,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파장과 함께 공명에 대해서도 약간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진동수가 같은 소리굽쇠의 한쪽을 때리면 거기에 따라 다른 쪽 소리굽쇠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때 진동 또는 소리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귓가에 댄 소라껍질에서 소리가 나는 것도 공명의 한 형태이다. 크기나 모양, 재질에 따라 물체는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갖는데 간혹 진동수가 같을 경우 물체의 진폭이 더욱 커지는데 이것을 공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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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이량 작가의 작품 속에는 위에서 언급한 파장, 공명, 떨림 등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는 1988년 일본 도쿄 유학 시절부터 ‘존재’에 대해 심취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존재하는 것들은 파장의 형태를 가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전시장에는 타원형의 둥근 형태 작품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에너지가 외부도 뻗어나가는 파장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오이량이 그리고 있는 파장은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형이다. 완전한 형상이 되기 위한 중간 과정이며 생명 탄생을 기다리는 창조의 순간이다. 마치 힘껏 찬 축구공이 찌그러지며 타원형으로 공기 중을 날아가는 것처럼, 에너지가 충만한 파동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를 통해 파장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들 파장들은 다시 가는 선들로 연결되며 파장과 파장 사이의 상호 소통의 통로를 확보한다. 그리고 이 같은 소통을 위한 선의 발견은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하는 타원형의 작품에서 벗어나 선 자체의 자율적인 파동에 집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파동과 에너지의 근원에 대한 탐구에서 파동 그 자체에 대한 관찰로의 이행이며, 구심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파동 자체를 자유롭게 느끼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이대형 평론 중에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또 하나의 형태는 실리콘을 이용한 작품이다. 비정형적인 각 영역들은 직선의 실리콘이 여러 각도와 색으로 채워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을 보는 방향, 조명의 방향에 따라 작품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흔히 실리콘은 말랑말랑한 돌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부식에 강한 실리콘을 바닥에 엷게 발라 칼로 잘라내어 꼼꼼히 붙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굵기와 방향에 따라 고요한 파장의 존재를 생각했으며, 거기에서 작은 떨림(공명)이 발생하고 또 이것이야말로 생명을 잉태하는 원초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파장과 공명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이번 전시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이 2015년 새해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듬뿍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에스플러스 갤러리
– 일시 : 2015. 1. 6 – 2. 2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작가약력]

일본 다마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36회
2011 COLAPASTA in Gallery, 서울
2009 PYO갤러리초대전, 서울
2008 UM갤러리초대전, 서울
2005 갤러리아트사이드초대전, 서울
2003 박영덕화랑초대전, 서울
2001 포스코미술관초대전, 서울
1999 금호미술관초대전, 서울
1990 일진화랑초대전, 동경 외 다수

기획전 및 단체전
2011 MEMORY전 목금토갤러리,서울
2010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코엑스.서울
아트에디션,벡스코
서울오픈아트페어,코엑스
2009 신화조도,인터알리아 서울
호텔아트페어,하얏트호텔 서울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예술의전당
2008 싱가폴아트페어,Suntec Singapore Level 4
한국국제아트페어,코엑스
서울판화사진아트페어,예술의전당
2007 한국현대판화1958-2008,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반복과구성전,서울시립미술관
한국현대판화의경향,러시아전,Novosibirsk State Art Museum,Russia
2006 빛과마음전,신미술관기획 청주
KIAF,코엑스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예술의전당
멜버른아트페어,로얄빌딩 호주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