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의 감성 & 시선展(갤러리 시선)_20150513

부산 서구 동대신동역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흑교사거리가 나온다. 행정구역상 부용동1가에 속하는데, 의외로 부용동이란 지명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거리에 갤러리가 있다. 약 5년 전에 나무갤러리가 들어섰는데, 그동안 이 지역에 몇 안 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디만 대다수 갤러리가 해운대에 밀집 해 있는 상황에서 서구에서 갤러리로 자리 잡는 데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나무갤러리가 ‘갤러리 시선’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서구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과거 대신동 인근은 부촌에 속하였고, 동아대학교, 법원, 대학병원, 야구장 등이 있어 한 때는 아주 활발한 동네였다. 동아대학교 미술학과는 예전부터 활동 많이 하는 인재들을 배출해 왔는데, 동아대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미술대학 건물이 보였다. 그 곳에선 자주 석재 가는 소리, 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이제는 그 추억의 미술대학이 승학산 캠퍼스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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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들어서니 김효선 관장이 반긴다. 나무갤러리를 인수 한 후 상호도 바꾸고 인테리어도 조금 바꿨다고 한다. 개관 전시에 참여한 아홉 명의 작가들은 부산, 대구 등에서 왕성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다. “갤러리 시선의 개관전인 ‘9人의 감성&시선’ 전시회는 도시와 예술문화를 매개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입니다. 평면회화 작가 9인에 의한 각기 다른 시선과 다양한 표현양식이 현대미술의 홍수 속에서 어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도시 속의 삶과 자연의 이미지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기록하고, 차별화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전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극사실성에서부터 리얼리즘적 인물화와 꽃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들풀, 등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들, 그리고 조선의 백자를 작가만의 독특한 재료를 써서 회화적으로 추구한 작품들까지 그 다양성을 제시가 본 전시의 기획의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 앞에는 우람한 두 그루의 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갤러리를 방문 한 날이 초여름 날씨라, 나무 그늘이 무척 시원 해 보였다. “하지만… 덕분에 잎이 많이 떨어져요. 청소를 자주 해야 하거든요…” 갤러리 안 커다란 유리창 덕에 바깥 사거리가 넓게 보인다. 서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갤러리 중심이 해운대로 바뀐 지 오래지만 과연 앞으로 이 지역에서 어떤 색깔의 갤러리로 자래 매김 할지 기대도 해 본다. 아래는 이 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 대한 소개 내용이다.(갤러리 제공)

김미숙: 작가는 꿈의 다양한 형태에서 “쉼”을 표현하고자 하는 “REST”시리즈의 연작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그리움, 슬픔, 사랑, 희망..등을 깊숙이 감은 눈과 굳게 다문 입가의 미소, 화면 밖을 응시하는 시선에서 휴식을 공감하고 작품을 통해 정신적, 시각적 “쉼”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작품의 구성은 여인, 색, 면 등이 화면을 이루고, 여인을 통해 “쉼”을 함께 공유하고자 표현하고 있다. 색감은 화려하지만 단조로운 화면을 표현하여 절제된 화면을 구성하고, 깊은 면의 분할은 또 다른 공간의 공존함을 깊숙이 나타내고자 한다.

류명렬: 작가에게 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는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이끌어 준 향수임과 동시에 미적 가치를 찾게 하는 아주 특별한 소재이다. 그것은 묘사와 생략, 사실과 연출, 비움과 압축을 통해 그만의 리얼리티가 있는 회화적인 소나무로 재탄생된다. 작가는 “척박한 환경 속에 바위를 움켜잡고 그 틈에 뿌리를 내리어 오백년을 버티는 푸른 소나무의 생명력을 전하고 싶다”며 끊임없이 소나무의 새로운 표현 양식을 추구하고 있다.

류성하: 작가는 깊은 묘사력으로 유년의 기억,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짙은 호소력으로 끄집어내지만 낭만적, 회고적 취향에 결코 머물지 않는다. 감각적 비구상회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은 그의 그림이 단순히 사실회화를 넘어 또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칠암: 작가는 자연의 이미지를 생략과 강조를 통한 변화된 심상으로 재해석하여 자연이미지 자체의 상징적 미감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화면에 담긴 이미지는 구체적인 형상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인 작업은 추상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의 즐거움과 시각적 즐거움에 있다.

박명수: 작가는 추상을 기본 바탕으로 감가에서 포착하는 사물형상들의 이미지와 관념에서 갖는 내용들을 기호화 하고 있다. 물론 추상과 기호화는 여러 회화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적 특징인데, 작가의 작품에는 특유의 점.선.면에 의한 기하학적 구성과 함께 꼴라쥬기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기호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주 소재는 꽃, 동물 그리고 눈에 익숙한 사물 등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작가에게 풍부한 해석의 대상으로 놓여진다. 또한 화려한 색채속의 형상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작가의 이상이 자리한다. 이는 동시대의 불안한 실존적 상황을 나타내는 요소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것이 색점과 색선으로 놓이는 경우에는 반대로 현실을 버티어내는 긍정의 힘과 미적 실현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박성열: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빼어난 리얼리티와 현대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작가는 진정한 의미의 재현을 고민하며, 현재의 시대감각(the sense of the times)과 소통(communication)으로 자신과 그리고 관람자와 하나가 되려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표현기법으로 작가는 스스로의 ‘나’를 표현하려 노력하기에 앞서 타인의 존재에 대한 통찰을 통해 보다 깊은 소통(communication)을 갈구하고 있으며, 진지한 모색(摸索)을 통한 다양한 채널에 의한 공간적 소통(疏通)의 방식과 치열하게 지금을 살아내며 다음을 선구하는 시간적 감각(感覺)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작가는 자연스러운 너나들이(소통: communication)를 이루는 수단으로 화면의 구성요소를 선택하고 표현의 방식변화를 끌어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작업의 중심(中心)에는 변함없이 인간의 몸짓과 세상사가 있으며, 담백하고 명징(明澄)한 직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유진재: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화면을 두 개로 나누고 염색한 금강사를 접착제에 개어 나뭇잎 모양을 나이프로 공들여 만들었다. 그는 서정성과 추상성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특히 자그마한 생명체인 이파리가 작품의 주 소재가 된다. 질박한 배경에 비해 이파리는 밝은 색조와 또렷한 윤곽을 가지고 있다. 캔버스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입체감 있는 재질(겔 미디엄)을 자주 사용한다. 입체감과 조개껍질 펄의 반짝이는 느낌은 그의 작품에 더욱 생기를 넣고 있다.

임상진: 작가의 소재는 백자를 표현하고 있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닌 전통적인 방법을 차용하고 있다. 바탕질감을 통해 요철효과를 조성하는 것인데, 세간에는 미끌도박으로 알려진 재료며 기법이다. 석회와 모래와 해초를 삶아 기와와 기와 사이에 바르는 모르타르와 같은 일종의 접착제를 만들어 화면에 덧바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백자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그 숭고한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조영숙: 화면의 꽃잎과 그 배경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변화들은 자연이 가져다 주는 일종의 “흐름” 같음을 보여준다.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을 통한 윤곽선이나 색점, 그리고 색면의 중첩으로 생기는 우연적인 효과들을 작가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구축과 우연이 상호 결합되는 감각들의 놀이는 어쩌면 꽃이라는 존재가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는 그 시적인 순간을 작가는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기록하는지도 모른다.(갤러리 제공)

– 장소 : 갤러리 시선
– 일시 : 2015. 5. 13 –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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