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회관 청년작가공모 선정작가展(한슬 갤러리)_20150821

전시기획자 이한나

젊은 작가. 그들은 오늘도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를 그들은 소망하고, 그 꿈을 알아본 이들은 그들을 지지한다. 작가 개인을 봤을 때, 그 꿈은 단지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보면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예술이라는 것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가혹하기까지 하다.
현대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그려대고 만져대는 젊은 그들! 그들을 위해 곳곳에서 ‘신진 작가 지원전’을 개최하며 적극(?) 지원한다. 이는 개인에서부터 갤러리,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작품에 작게나마 날개를 달아준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지원이 넘쳐나지만, 왜 그들은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가며, 몇몇은 포기해 버리는 것일까? 지원전이라는 이름하에 그들의 재능과 능력 그리고 작품까지 착취하는 경우도 허다하니 어찌 보면 그들의 좌절과 포기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상황을 열어주는 것과 제대로 된 비평 글을 지원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며 작가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부산시민회관 ‘청년작가 공모전’은 200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번이 7회째이다. 단순한 포트폴리오 심사만이 아니라 전문가와 작가의 심도 깊은 인터뷰, 선정된 작가들에 한해 그 인터뷰가 전시와 작가 개인의 비평(글)까지 이어지고 있어 완벽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공모전이다. 게다가 지원금은 전시의 질을 더 높여 주고 있다. 특히 이 공모전은 지역작가들에 한 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공공문예회관이라는 특수성이 공모전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등은 좋은 기획의 한 형태로 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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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정 작가는 부산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30대 젊은 작가들이다. 김민정, 최한진 작가. 너무나 많은 이미지들과 정보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 안에서 그들만의 시각으로 자기 것을 지키며 작업하는 그들이 이번 공모전의 주인공이다.
김민정 작가는 오로지 현대사회의 산물인 높디높은 건물만 줄곧 그려온 작가다. 그렇다고 팍팍한 모습의 현실만을 그린 작가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과 결부된 작품을 하기에 숨 막히는 현실, 공허한 이 순간, 이와 함께 바라보게 되는 바람들…. 작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양쪽을 오가며 작품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모노톤과 안개 자욱한 분위기의 연출, 거대하게 때로는 작게 등장하는 숲의 출현 등으로 짐작 가능하다. 최근에는 근대 철 건축의 전환점이 된, 그래서 그 시대에 소문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이 작품에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도시개발, 그 안에서의 우리. 여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작업하던 것이 이제는 프랑스까지 그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내용의 폭도 넓어져 파리와 부산을 오버랩 시켜 근현대 건축물들이 지금 그 곳에서 우리와 함께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그래서 현재 그것들의 풍경이 어떠한지에 대해 다각도로 풀어내고 있다.

최한진 작가는 오래전부터 ‘Red Evolution’이라는 큰 타이틀을 가지고 작업해 온 작가이다. 이미 대학시절부터 해태, 대교 등의 주요 공모전에 큰 상을 거머쥐었던 작가로 큰 스케일의 입체 작품들을 해 온 작가이다. 제목만큼이나 작품 역시 강렬하고 시사적이다. 현대문명의 발달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초래하였다. 그 중에서 환경의 문제로 인한 생명체의 진화는 작가의 작품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가 말하는 진화는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작업을 해 왔다. 강렬한 붉은 색으로 뒤덮인 인간의 모습, 그러한 인간의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다란 호수 등 자극적이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제작하였다면, 최근에는 빛이 개입되어 작품이 한 층 더 밝아지면서 긍정적인 요소가 작품에 묻어난다. 항상 이야기해 오던 인간의 진화라는 주제는 그대로이다. 단지 그 것을 대변할 만한 형상으로 방독면, 헬멧을 차용하여 ‘Cyber Punk’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좀 더 감각적으로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또한 방독면, 헬멧에 다양한 전구를 이용하여 진화라는 이야기를 위트(wit) 있게 표현하고 있어 관람자들의 눈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 준다. 이와 더불어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 작가의 다재다능함을 엿 볼 수 있다.

‘예술은 전쟁이다. 몸을 아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프랑스 화가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가 한 말이다. 치열하게 작업하는 이 두 작가에게 어울리는 말 인 듯하다. 승리를 맛보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작업하는 그들은 우리에게 늘 새로움을 안겨다주면서도 자신의 것을 놓지 않는 예술가이다. 부산시민회관의 좋은 기획이 부산의 젊은 작가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부산시민회관의 이러한 노력이 10년 후 좋은 결실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며, 이 공모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가길 소망한다. 밀레가 한 말처럼 예술은 전쟁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작업한 김민정, 최한진 작가의 작품이 부산시민회관에서 전시되어 진다. 두 작가가 만들어 낸 그들만의 세상에 함께하길 바란다.//글 전시기획자 이한나//

– 장소 : 한슬 갤러리
– 일시 : 2015. 8. 21 –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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