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원展(브라운핸즈_부산)_20161115

//작가 노트//
내 작품에서 보여지는 첫 이미지들은 주로 ‘낡은 벽’에 남은 ‘흔적’들이다.
나는 길을 지날 때 흔히 보아오던 ‘낡은 벽’들을 보며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편의 추상화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느 누구 하나, 같은 인생이 없듯 벽에 그려진 시간과 세월의 흔적도 제각각의 모습들이었다. 그것들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고 느꼈고, 본인의 작업으로 재현된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받는 상처와 아픔들을 스스로 꿰매고 위로하며 살아낸다는 치유의 의미와, 천으로 덧대거나 바느질 땀을 여러 번 겹치는 등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중첩되는 시간’들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에서 겪어야 하는 수행과 노동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매일이 특별할 수만은 없는 시간들도 결국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추억이었음을 알 수 있듯 소소하지만 매일의 하루가 쌓인 벽에 남은 흔적들을 통해 아련한 무언가를 유추해본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품 설명 ‘아빠의 바다 – 클레멘타인’//
『누군가들이 모래에 무심히 남기고간 생채기와도 같은 흔적들.
파도는 밀려왔다 다시금 떠나가며 그 기억들을 곧 지워버리라 말하지만, 바다는 기억한다.

그 속의 이야기들을.

산다는 건 매순간이 바다와도 같았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 있으면, 어지러우리만큼 거칠고 아픈 날도 있었다.
그처럼 바다는 억겁의 세월들을 통해
바위를 자갈로, 자갈이 모래로 변할 만큼이나 견뎌내왔으리라.

나는 주변을 지나며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벽에 남은 세월의 흔적들이
바다의 모습과도 같아보였다.
상처도 받고 깨어지고, 부서지기도 한 모습들이 마치 인간의 삶처럼.

결국 또 그런 시간들은 무심히 흘러가며 우리는 또 한 번 살아낸다.
‘바다’와 같이 주어진 생의 시간들을.』

이 작품에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바다를 표현한 것 같아 보이지만 오래되고 낡음의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벽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
맑음에 잔잔한 날도 있지만 흐린 날에는 파도를 휘몰아치며 성내는 험난한 바다 같은 삶에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살아내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며 그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이자 노동자이고,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泡沫)과도 같이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는 존재이다.

그러한 그들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 노동자를 상징하며 가족들을 위해 강해지는 그들의 모습과도 닮은 질기고 탄탄한 소재의 데님(denim)을 주요소재로 선택하여 워싱(washing)을 통한 바다, 거즈와 레이스를 이용한 파도, 재생지(紙)를 통한 벽과 모래를 동시에 표현해내고 있다.//작품 설명//
– 장소 : 브라운 핸즈(부산)
– 일시 : 2016. 11. 15 – 2017.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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