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展(인디프레스)_20161223

//보도자료문//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끝자락에 서면 다른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들뜨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이 허전한 것은 다가올 시간에 대한 설렘의 기저에 깔려 있는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을 끊임없이 반추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 묵묵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 선생님들을 바라보면 오로지 화랑을 개관했던 5월의 초심과 사명감으로 풍성한 전시를 기획하여 보다 많은 분들에게 그들의 지성이 낳은 예술을 보여줌이 마땅하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디프레스 부산은 올해 마지막 전시에 ‘문화의 불모지 부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치 오롯이 예술을 향한 지고지순함을 품고 부산을 모태로 성장하며 작업을 이어간 9인의 작가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각기각색의 개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현재 부산 미술의 단면을 관찰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9인 작가들의 작업 양상을 다섯 군으로 분류하여 공통분모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뜻깊은 전시에 미술관계자 및 미술애호가 분들을 정중히 초대하오니 부디 귀한 발걸음 해주시어 많은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에도 지역문화와 미술시장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할 작은 화랑에게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사랑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보도자료문

 

//작가 설명//

조 부 경

작가는 부산에서 오랜 세월동안 색면추상 계열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천착해 왔는데, 수많은 물감의 층들을 반복해 겹겹이 쌓아올리면서 물질로서의 물감의 색조가 어떤 질적인 변환을 일으키며 정신성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 숭고의 감정까지도 불러일으키는 – 작업을 계속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출품작들의 경우 흑백을 대비시킨 이가영의 작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서로 보색관계에 놓인 적록의 선명한 색조 대비를 통해 색면이 가지는 강렬한 에너지를 극도로 선명하게 분출시키고 있는데, 서로 다른 디테일을 보여주는 녹색면의 섬세하고도 예민한 배열과 거의 화면 전체를 점유하고 있는 적색조의 바탕은 발산과 절제의 접점에 놓여 있는 회화의 깊은 정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가 영

작가는 자신의 회화세계 내에서 일상의 내러티브를 다루는 구상적 내용 및 궁극적 본원을 추구하는 추상적 경향을 동시에 다루어내고 있다. 그 중에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추상 작업들의 경우에서는 특별히 무채색인 흑백을 주조로 한 단순하면서도 정제된 고밀도의 화면을 구사해내고 있다. 이번에 출품되는 두 점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형태로는 원형과 사각, 색조로는 흑과 백을 내세워 가장 원형적인 조형 요소들을 서로 강력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이들은 대상 그 자체의 속성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반된 조형 요소들의 대립과 종합을 동시에 펼쳐 보임으로써 원초적 정신성의 차원으로 더욱 깊이 천착해 들어가려는 작가 특유의 치열한 회화적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진 이

작가는 그간의 작업을 통해 일상의 풍경 이면에 혹은 그 너머에 서린 내면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탁월한 회화적 감성을 발휘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고, 정밀한 회화적 기법으로 대상의 표피를 관통하면서 그 내면과 서로 조응하는 어떤 존재의 흔적을 드러내는데 매우 뛰어난 강점을 발휘하는 작품들을 줄곧 선보여 왔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 속에 등장하고 있는 커피 잔의 경우도 역시 단순히 그 대상 자체의 형언으로써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셨거나 혹은 마시고 있는 어느 한 인간의 기분과 체취까지도 감응하게 만드는 묘한 여운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실로 화자의 숨결을 화면의 대상 안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작가 고유의 섬세한 감성에 깊이 빚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 미 화

작가는 구석진 골목이나 인적이 닿지 않은 변두리의 거리에서 빛과 어둠의 대비나 그것의 절묘한 조응을 통해 가녀린 대상 또는 소외된 존재의 불안하고 암연한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냄은 물론, 이들의 애타는 서러움의 결을 정교하게 표현해내는 작업을 간단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속 화분에 담긴 풀들의 싱싱하고 푸릇한 생명의 열기는 소외된 삶을 초극하려는 약자들의 의지를 새삼 반추하게 하며, 화면 속 풍경에서의 예민한 음영 대비는 어둠 속에서도 간절하게 여명의 빛을 기다리는 작가의 희망과 기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근작들은 마치 꿈길을 걷는 듯 아련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일종의 ‘심리적 회화’로써의 특질들을 내포하고 있다.

임 영 선

작가는 주로 네팔이나 티베트, 동남아 지역 오지의 아이들을 화면 전체로 크게 전면화시켜 그리는 컬러풀한 점묘 계열의 작업을 계속 진행해 나가고 있다. 문명화되지 않은 오지 어린이들이 가지는 티 없이 맑은 얼굴과 천진한 표정을 통해 문명화된 사회의 어둠과 그림자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작업은 원시적 건강성의 문제와 물질화된 사회에서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연후에야 비로소 얻어진 대가인가를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히말라야의 고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천공과 그 자연 속 아이의 만남을 통해 문명이 상실해버린 핵심과 인간성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가를 느끼게 해 주는 독특한 작업들이다.

박 자 현

작가는 흑백의 무수한 점묘의 반복을 통해 주변 인물들의 인체와 얼굴을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발표해 왔는데, 강박적이고 집요한 회화적 방법론을 동원해 작가 또래의 여성들이 처해진 실업이나 경제적 곤란, 대비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 등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무표정하고 건조한 감성을 드러내는 것으로써 외적 상황의 심각성에 맞서고 있다. 이러한 감정 박탈의 표현은 그들이 처해진 상황의 비극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효과를 유발시키게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두 작품들 역시 치밀한 기법이 강조되면서 대상이 처한 염려와 희망의 양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작업들인데, 여기에서는 현실의 냉엄함은 물론 이에 대응하는 주체들의 냉소적인 태도까지도 엿보게 된다.

오 순 환

꽃이나 집 등의 소재를 단순화시키는 동시에 부부 혹은 남녀의 정다운 모습을 통해 동양적, 선가적 분위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은 장욱진의 화면이 담고 있는 단순함 또는 민화적 정신성과도 흡사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어릿어릿하면서 아스라한 화면의 톤에서는 자연스레 고졸한 미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제작의 의도가 잘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전시 출품작 중에 하늘색 톤이 아련한 산길을 가뿟하게 걷고 있는 남녀와 한 마리의 개는 마치 과거 신선의 모습에 대한 현대적 번안인 듯 보이기도 하는데, 화사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이 매우 돋보인다. 석양을 바라보며 서로를 감싸 안은 부부의 모습이나 꽃과 집들을 그린 그림들 역시 작가 특유의 전형적 미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정 자

매화나 진달래 등의 꽃들을 그려온 작가의 작업들에서는 동양적 정신성과 의취를 묵향으로부터 테레핀 내음으로 전이시켜 표현하려는 작가의 작화 의지가 잘 드러나고 있는데, 흑백의 단순함으로 표상되는 검박과 절제의 감성을 정신으로 규정되거나 관념화되기 이전의 생생한 세계로서의 대상으로 대체하기 위해, 선이 굵은 화려한 유채의 컬러를 마치 휘두르듯 단호하게 구사해내고 있다. 그러나 획의 일회성은 묵화에서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작가의 유채 작업에서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서구의 질료와 매체를 통해 동양적 태도를 반영하려는 작가의 이번 전시 출품작인 녹색조와 홍색조의 매화들 역시 이러한 작가적 기법과 감흥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업들이다.

김 대 윤

부산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해양성과 역동성을 구현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시도해온 작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어우러진 세계상을 생동하는 감성으로 드러내는 화면 속에 익살스런 호기심의 시선과 해학적 골계미를 가득이 담아내고 있다. 옛것에서 오는 미감은 물론 일상성 속에서 신선하고 의외로운 소재를 건져 올리는 작가의 촉수는 넘치는 회화적 에너지의 현시를 통해 그림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기쁨과 위안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발랄한 구성과 차분한 조색의 어우러짐 역시 화면을 적절하게 응집시키고 있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 속 가족들, 한 남자, 지도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 등은 화가 특유의 인물처리 기법과 대상의 회화적 취택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장소 : 인디프레스(부산)
– 일시 : 2016. 12. 23 – 2017.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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