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HOTOMIE展(갤러리 604)_20170121

중앙동 갤러리604와 해운대 프로젝트 B6는 2017년을 맞이하는 첫 전시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유혜숙, 이수경 작가의 ‘DICHOTOMIE’를 준비했다. 프랑스어 Dichotomie는 그리스어 ‘떨어져 있는’ dicha와 ‘자르다’라는 뜻의 tomos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분법, 상반성을 가지고 있는 것, 혹은 똑같이 반으로 나뉘는 양면적인 면을 말할 때 쓰는 말로 영어로는 Dichotomy이다.

유혜숙, 이수경 작가는 한국국적의, 프랑스에 거주하는 여성작가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두 작가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먼저, 전공부터 전혀 다르다. 유혜숙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한국화 전공 후 파리 에꼴 드 보자르를 졸업한 전형적인 미술대학 출신의 작가인 반면, 이수경 작가는 프랑스 대사관 근무경력이 있는 불문학 전공자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굳이 미술수업을 들었다고 한다면 파리에서 누드 드로잉 취미반 수업에 참가한 경력이 전부이다.

두 작가의 차이점은 그녀들의 작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유혜숙 작가의 작품은 연필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거의 모든 그림이 흑백의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 어느 날, 작가는 단지 최소한의 도구인 연필과 종이만 자신에게 주어졌을 경우,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땅콩을 그리기 시작했다. 땅콩의 껍질을 묘사하고 그리고 그 위에 연필로 무수한 선을 쌓아가던 중 우연히 머리카락 같은 형상이 되었고, 더 나아가 털옷이 되었다. 어떤 형상이 그림에 나타나건 그 형상보다는 연필로 쌓아 올린 그 무수한 시간과 노동과 행위들이 그녀의 중요한 모티브이다. 근작에서는 형상은 사라지고 좀 더 단순해진다. 예전의 작품들이 작품 속에 무언가 담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최근에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버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작품 속의 형상이 사라지고 그림의 가장 기본인 점과 선으로 가득찬 작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재료는 더 다양해졌다.

이수경 작가의 작품들은 아주 강렬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미술전공자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시도해보지도 않는 색의 조합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그런 색의 조합 때문인지 그녀의 작품은 아주 낯설다. 다섯 번 이상 매끄럽게 겹쳐진 단색의 바탕 위에 서로 보색을 이루고 있는 띠의 다발은 강렬한 색의 대비효과를 이루고 있다. 서로 얽히고설킨 색띠들은 캔버스위에서 무한한 공간과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 단숨에 한 터치 한 터치를 마치 퍼포먼스를 하듯 과감하게 그어나가는 붓질의 자취는 치열한 의식작용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수경의 작품 속의 띠들은 결코 무엇을 형상화 하거나 나타내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 캔버스 위에 존재하며, 관람자로 상상력을 자극시켜 현실의 무엇인가와 비슷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것은 단지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연상 작용일 뿐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이수경의 그림은 단지 순수한 추상회화 그 자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혜숙, 이수경 작가의 15여점의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전혀 다른 방식의 작업을 추구하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가볍지만 치열하고, 무겁지만 경쾌한, 낯선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글 : 갤러리 제공//

□ 유혜숙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파리 8대학 조형미술과 석사와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프랑스 샤노 미술관, 뉴욕 존 첼시 아트센터, 소마 미술관, 영은 미술관 ,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가졌으며, 영은 미술관, 프랑스 케르케넥 미술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소마미술관, 영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이수경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경기창작센터와 청주 CJ아트스튜디오, 프랑스 케르케넥 미술관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최근에는 서울에 작업실을 만들어 본격적인 내활동을 준비 중이고, 파리와 브뤼셀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유럽과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장소 : 갤러리 604
– 일시 : 2017. 1. 21. –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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