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환展(맥화랑)_20170330

//박영택//
오순환의 그림은 더없이 따스하고 정겹다. 입가에 침이 고이듯 시정과 서정이 가슴 한 가운데로 가득 몰린다. 그림 그 자체가 홀연 황홀하고 안락하다. 은은한 미소와 작은 파동이 몸으로 스민다. 이미지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그림이 여전히 가능하다면 이 그림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밀레나 박수근의 그림마냥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견뎌내며 소박하고 착하게 사는 생의 여러 장면들이 식물처럼 자라나는 그림이다. 무욕과 탈속의 경지가 유리처럼 투명하고 백자항아리마냥 순연한 색조로 가득 물들어 있다. 그는 이세상의 모든 번잡과 소음을 지운 체 환하게 눈부신 빛 아래 증류한 일상의 편린을 연서처럼 쓰고/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을 보면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마음이 밝고 ‘화-안’해진다. 그림이 정서와 정신건강에 치유적 기능이 있다면 이 그림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는 물감을 균질하게 펴서 바른다. 캔버스 천에 물감을 곱게 펴고 다듬고 오랜 시간 매만져 그린 그림은 납작하고 평평하다. 붓질의 드러남이 없이 물감의 층, 색 면이 환하게 빛처럼 다가오는 그림이다. 얇은 물감의 층을 반복해서 올린 이러한 방법론을 그는 ‘편다’ 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작가는 물감을 고르게 펴서 바르고 화면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지극한 정성이 깃든 그리기이고 공을 들이는 그림이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평평하게 문질러대면서 그리는 듯하다. 그 평평한 표면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고르게, 평등하게 자리하고 있고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그려져 있다. 그가 그리는 존재는 이처럼 모두 동일하고 평등하다. 그것들은 소중한 생명이고 그대로 완벽한 존재들이다. 평범한 범부들, 개와 새, 산과 나무, 집과 화분 등은 이미 그것 자체로 충만한 세계를 이루면서 당당하고 맑고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박영택 평론글 중 일부 발췌//

//작가노트//
세상에 우리뿐 아니라 어떤 존재도 이 모습 이대로 완전하며 이대로가 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더 얻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대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나 본래의 마음, 나무는 나무 본래의 모습, 그 고유한 존엄성은 이대로 최고의 아름다움이지 않나 한다. 이것을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이 꽃들은 온 누리에 피어있고 세상에 장엄되어 있다. 이렇게 장엄된 지고한 모습 모습들을 꽃으로 표현한다.//2016, 오순환//

어제도 봄
오늘도 봄

온산에 꽃들이
다투어 피어도

길가는 나그네
마음은

오늘도 푸른산 흰구름
내일도 푸른산 흰구름//2017, 오순환//

– 장소 : 맥화랑
– 일시 : 2017. 3. 30. –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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