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기展(갤러리 604)_20170429

//보도자료문//

갤러리604에서는 소강 민영기의 다완전을 마련했다. 소강 민영기는 조선에서 만들어져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사발’인 이도다완을 부활시켰다고 평가받는 명장으로, 한국과 일본을 아울러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먼저 다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완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이 다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찻사발인 다완이다. 기자에몬이라는 이도다완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이도다완을 다완 중 최고로 삼는다. 그런데 이 이도다완은 일본 내에서 고려다완으로 총칭되는 우리 조상들의 그릇을 말한다. 첫 번째가 이도다완(고려다완의 일종), 두번째
가 라쿠(일본 다완의 한 종류), 세번째가 카라스(조선 도공들이 끌려간 일본 지역에서 생산한 다완의 총칭)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다완의 최고봉은 조선의 다완이다. 고려다완은 일본 막부 시대에 당시 승전한 장군에게만 주어지던 특별 하사품이자, 한개의 성(城)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귀족중의 귀족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도차완을 광적으로 수집했으며, 일본의 무사들은 신뢰, 협상, 동맹의 정치적 흥정물로 이도차완을 이용했다. 고열의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 내는 기술은 당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의 기술로, 이 때문에 임진왜란 당시 1000명이 넘는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으며, 임진왜란에서 1598년에 끝난 정유재란까지를 도자기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은 일본의 가라쓰 지역에 정착했고, 지금까지도 그 후손들은 일본 곳곳에서 도예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민영기의 일본과의 인연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공부 추천으로 일본에 건너간 그는 인간 국보, 나카사토 무안中里無庵선생의 문하에서 도예를 시작하여, 전 도쿄국립박물관장인 하야시야 세이조林屋時三의 배려로 조선시대 전리품으로 일본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는 20여 점의 다완들을 직접 만져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한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인 정양모 관장의 조언에 힘입어 꾸준히 도예의 길로 정진해 왔다.

민영기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에는 이도井戶와 어옥(도도야) 魚屋(斗斗屋) 다완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어옥다완은 국내 최고의 경지라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 도쿄에서 조선의 어옥을 본뒤 어옥 다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사발의 아름다운 색상과 무늬에 감탄한 그는 1년에 15번을 가마에 불을 지피며 1년에 만개가 넘는 다완을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좋은 찻사발을 만들다가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작업에 임했다는 그는, “일본사람이 못 만드는 그릇을 만들어 일본의 기를 꺾어 보고 싶은 한국인의 자존심도 한 몫 했다”고 털어 놓는다. 흙과 유약 등 무수한 실험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5년여 만에 제대로 된 어옥 다완을 만들어 내며 최고의 사발로 극찬을 받았다. 옅은 주홍빛과 짙은 녹두빛으로 나뉘어져 사발 표면에 선명하게 피어난 열꽃들과 어우러져 화사한 봄날 주홍색 꽃잎을 흩뿌려놓은 듯한 깊은 아름답다고 칭할 정도이다.

직접 주변 산에서 캐어온 흙을 숙성을 거쳐 발로 밟아 이겨서 질을 만든다. 물레로 차서 모양을 잡은 사발을 다시 한 번 깎아 낸다. 그 위에 유약을 입히고 말려 흙가마에 장작으로 구워낸다. 그 옛날 우리 도공들의 작업 방식 그대로다. 민영기의 찻사발이 국내외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극찬 받는 이유는 미련할 만큼 전통방식에 따르는 그의 고집 때문일 것이다. 특히 차 문화를 ‘다도’라 부르며 발전시켜온 일본인들은 그의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일본의 제79대 총리를 지낸 호소카와 모리히로이다. 그는 4번이나 산청요를 찾아 민영기 선생에게 직접 도예를 배우기도 했다. – 산청요는 민영기 선생이 1978년부터 운영해 온 가마이다. 산청요가 있는 곳은 백성을 사랑한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의 돌무덤이 왕산 아래 안장돼 있고 고려시대 목화의 첫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야수파를 주도한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1914-15년 경 일본에서 넘어온 굽 놓은 조선 다완을 그린 ‘Petit Bol’, ‘Petit BolⅡ’이라는 두 점의 작품을 남겼다. 검정색 바탕에 흰색의 단순하고 간결한 하나의 선으로 표현해 낸 이 작품은 평면화 되고 단순화되었지만 다완의 기운을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처럼 꾸밈없이 솔직하고, 포근하고 무심한, 소박하지만 당당한 한국의 찻사발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현대적인 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찻사발의 매력이 현대미술만을 전시하던 갤러리604에서 민영기 선생의 다완전을 열게 된 이유이다. 때로는 도도하고, 때로는 소박하며, 때로는 따스하기도 한 민영기 선생의 다완을 통해, 2017년 봄,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보도자료문//

– 장소 : 갤러리 604
– 일시 : 2017. 4. 29. –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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