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길주展(사상갤러리)_20170717

의정 ‘서 길 주 도예전’에 부쳐

동의과학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정택금

우리나라가 세상에 내 놓아 자랑할 만한 것이라면 옛날에는 도자기요, 현대에는 단연 반도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晉나라공자 중이의 고행시절 배가고파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 보리밥 한 덩이 청했을 때 농부들의 도시락에 흙을 가득 담아주며 키득거림에 공이 노여워하자, 흙을 얻는 것은 토지를 얻는 것이니 공이 나라를 물려받을 좋은 징조라며 농부를 단죄를 말리던 얘기가 생각났다. 그 둘의 공통점은 흙을 주제로 하고 있는 점이 닮았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올림픽을 치렀을 때가 1988 무진(戊辰)년이니 우리나라는 흙과 필시 좋은 인연이 있을 꺼란 추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고 보니 단군왕검께서 개국했던 그해도 BC2333년 무진년이었다고 들은 기억이 또렷하다. 그리고 보니 흙은 우리 삶에서 좋은 의미로 사용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난 흙으로 만든 현대도자기를 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생활도자기의 그릇들의 대부분 왜 그렇게 정신없는지, 먹고살기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만들어 놓은 물건들이 대중들의 복잡한 정신상태의 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남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면 디자인이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면 예술이라더니, 어쩜 생활도자기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이 도예가들의 몫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서민들의 집단적 시대정신이 만들어 놓는 단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과연 그렇다면 도예가 서길주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개인전의 출품작품은 생활도예에서 보여줬던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의구심으로 가득했던 오픈식은 내 눈을 의심하며 오랜만에 감동을 받았다. 아니 현대 도예작품전을 수 없이 경험했지만 소성기법의 독창성은 물론이고, 형태와 한 번씩 슬쩍 그려 넣은 문양그림에서건 한 작품, 한 작품 소홀해 보이지 않은 작품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작업을 해오지만 여간해서 내가 만든 작품이 내 마음에 들 때는 흔치않다. 그런 이유로 몇 년씩 만들다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때가 자주 있다. 간단하게 말해 내 심미성이 까다롭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그래서 스스로 남의 작품을 달라고 해본적도 없고, 어떨 때는 누가 부담 없는 작품을 선뜻 줄때는 마음은 고맙지만 사실 처지 곤란일 일 때가 많다. 그냥 버리기도 곤란하고 갖고 있기엔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평소 그저 줘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내가 자청해서 안사람을 졸라 한 작품 구입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노력이 이어져 전공 관련지식이나 관련기술의 활용만큼은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찾아나서 할 길은 네비게이션을 켜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길, 정주영회장이 말했듯이 길을 모르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그 길을 닦아서 가면된다고 했는데, 이번 도예가 서길주는 없는 길을 닦고 있었고, 그가 닦은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모든 새로움은 그의 행동으로 구체화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목표하는 곳은 책속에 있는 곳이 아님을 나는 알 수 있었고 그것은 그가 기술인의 단계를 넘어 예술가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이번전시를 계기로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정택금//

– 장소 : 사상갤러리
– 일시 : 2017. 7. 17. –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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