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우展(인디프레스 부산)_20180310

생피가 뚝뚝 듣는 날것의 진실

김 동 화

조폭, 문신, 패싸움, 린치, 음모, 가오, 돈다발, 트랜스젠더, 술집, 유흥, 벗은 여자, 발기, 섹스, 엑스타시 …

양승우의 피사체에 담긴 소재들은 사람들이 똑바로 쳐다보는 세계가 아니라 은밀하게 엿보는 세계이다. 마치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엄청난 괴리가 있는 듯 생각되기도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사실 그것이 그렇게까지 특별한 세계는 아니다. 그저 강도의 차이이거나 실행의 차이일 뿐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어떤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꿈꾸고 욕망하며 살아간다.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의 책 제목이기도 한 ‘돈 · 섹스 ‧ 권력’이 그 욕망들의 대표적인 리스트일 터인데, 이것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영원한 우상이자 관심사였다. 그러므로 그것이 없다면 육체를 가진 인간의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것만이 폭력일까? 타인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짓밟고 올라서고자 하는 분노와 권력의지, 어떤 경우에라도 이것은 근본적으로 카인(Cain)의 폭력성에 기반하고 있다. 누구나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애쓰며 산다. 그런데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만큼만 우리가 그것을 바라는가? 비록 그것이 미망의 백일몽이라 할지라도 재벌의 돈방석 위에 올라타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그것으로 한번 세상을 휘둘러보고 싶지는 않은가? 또 마음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을 단 한 번도 범하지 않은 남자가 있을까? 끝없이 욕망하지만 그 일렁이는 충동을 그저 현실에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양승우의 사진 작업은 우리들 마음에서 들끓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욕망들을 최대치로 증폭시킨 실제 세계의 한 극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상의 도덕과 금제들을 파기하면서까지 그것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법외(法外)의 지대, 그것이 바로 돈과 여자와 주먹이 모이는 깡패들의 세계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들만 그러한가? 앞에서는 배움과 교양으로 무장한 채 온갖 세련을 떨면서 뒤로는 갖은 추태를 부리는 머리 검은 짐승들, 인두겁을 쓰고 노회한 두뇌 회전과 야수의 심장으로 사는 후안무치의 법망 안쪽의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양승우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깡패들은 겉으로 야수의 얼굴을 하고 있을지언정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따스한 인간의 온기를 내뿜고 있다. 가장 원시적으로 그리고 가장 원초적으로 사냥하듯 살아가는 군상들, 그러하기에 그들을 찍은 사진들의 한 장면 한 장면은 가장 직접적이고 솔직할 수밖에 없고 그 가감 없고 꾸밈없는 진실의 표출이 관객들의 마음에 절실히 와 닿는다. 캄캄한 어둠을 찍은 양승우의 사진에서 오히려 우리는 희미한 빛을 본다.

아이를 안고 있는 깡패를 보라. 깡패라도 자기 아이를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다 똑같다. 그들이 처한 처지가 깡패인 것이지 그들이 괴물은 아닌 것이다. 그들의 삶이 바른 것은 아니라 해도 거기에 그 어떤 인간적 감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양승우는 사진기를 들고 그들 무리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삶을 피사체로서 생생하게 프레임 속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찍이 어떤 사진 전시에서도 이처럼 생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것의 고깃덩어리를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어떤 포장도, 차폐도 없이 그 날것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본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끄집어 낼 수 없는 경이의 포착이다. 그런 날것의 세계 속에서 치열하게 셔터를 눌러 온, 무뚝뚝하고 생짜로 투박하지만 한없이 순박하고 착한 한 사내는 지금껏 그들과의 동류의식과 일체감 속에서 긴밀히 호흡해 오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자와 사진에 찍히는 자, 그 둘 사이에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며,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었기 때문이다.//김동화//

– 장소 : 인디프레스 부산
– 일시 : 2018. 3. 10. –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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