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숙展(르네시떼 갤러리)_20190601

//작가 노트//
본인의 작업과정에서 미술과 역사가 만나는 방법을 오래 동안 실험해 왔다. 특히,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미인 고구려의 역동성, 백제의 화려함, 신라의 고졸미는 역사를 통해 축적된 것으로 와당에서 찾았다. 와당이랑 건축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회화의 이미지와는 무관한 것이지만, 와당을 통해 이미지의 형태에 따라 삼국시대의 미가 다양하다는 것, 이는 본인의 작업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한 것이자, 오랜 기간 고민하고 실험한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그러한 과제가 눈앞에서 나타나, 창작의욕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생활과 밀접한 삼국시대의 와당은 고대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유물의 유구한 역사적 전통의 미가 현대적인 미로 전환하기까지는 걸쳐야 할 단계가 산재해 있는데, 파괴와 훼손, 복구와 복원, 나아가서는 현재로 이어달리는 노정을 관찰하는 재미도 생겼다. 미술의 기능이 아니라, 유물의 현재적인 가치와 현재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작가의 길에서,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특성이 한데 어울리는 것이야 말로, 모든 작가의 바람이 아닐까 한다.

미술의 역할과 기능의 연관관계에서, 파괴와 훼손의 논리가 아닌 와당의 형태미와 평면회화의 표면은 미적 범주에 속한다. 미술작품의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강령은 우리에게 있었으나 은닉되어 버린 와당의 형태미를 발굴과 현실화의 영역을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물질로서의 물감과 형태미로서의 채색이 본인의 작업에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축적된 와당의 표면이 평면회화의 표면에서 재현시켜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에 색채의 층이 두터워지면서 와당의 형태가 덮이는 것이 아니라, 칠하는 논리가 와당의 표면을 해석하는 방법이고자 희망한다.

본인은 창작의 의미를 새로움이 아니라 채색방법과 형태미의 환원에서 찾고자 한다. 와당의 역사적인 지식이 회화적이고 시각적인 논리로 번역될 수 있다는 기쁨, 현재에서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는 자율성, 나아가서는 전통과 현대가 단절이 아니라 미술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은 창작의 힘이자 근원이기 때문이다.//작가 노트//

장소 : 르네시떼 갤러리
일시 : 2019. 6. 1. – 6.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