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담청완展(유진화랑)_20191018

//기획의도//
최근 들어 다시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젊은 계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게 접근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우리 고미술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부산시립박물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등을 가면 관람할 수 있지만, 일반 상업화랑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그러므로 부산에서 고서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해왔던 진화랑의 저력을 바탕으로 유진화랑에서는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져 왔던 고미술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가볍고 재밌게 미술애호가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이번에 개최하는 평담청완(平淡淸玩)展은 유진화랑의 정기 고미술 제1회 전시다. 제1회 평담청완展에는 조선시대 고서화 및 목가구와 해외환수 문화재 등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고가의 작품도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리 고미술을 보다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 전시의 주된 목표이다.

그 어떤 곳보다 가치 있는 고미술 전시내용으로 부산 미술애호가분들에게 다가가겠다.

이번 출품작 중에는 운문사 ’28수도’, 오원 장승업의 ‘기명절지도10폭병풍’, 표암 강세황의 ‘묵포도도’ 등이 주목이 된다. 운문사 ’28수도’는 해외에서 환수된 불교회화 문화재이고, 장승업의 ‘기명절지도10폭병풍’은 조선시대 3대 화가로 손꼽히는 오원 장승업이 대형 병풍으로 제작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강세황의 ‘묵포도도’는 담백한 필치로 그린 식물・과일그림으로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표암(豹菴)이란 호 외에 박암(樸菴)이란 호를 기술해놓은 귀한 작품이다.

1) 운문사 ’28수도’, 1868년, 비단에 채색, 136 x 85cm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사례)

’28수도’는 세로 136cm, 가로 85cm 크기의 비단 바탕에 불교의 치성광여래 권속 중 28성군만을 채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칠성도(七星圖)’는 칠성(七星)을 불교의 호법선신으로 수용하고 이를 의인화하여 묘사한 그림을 말한다. 조선후기에 이르면 중앙에 금륜(金輪)을 든 치성광여래와 일광보살(日光菩薩), 월광보살(月光菩薩)의 치성광삼존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필성(輔弼星)과 칠여래, 도인형(道人形)의 칠원성군(七元星君), 삼태육성(三台六星), 이십팔수, 자미대제(紫微大帝) 등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단히 치성광삼존만을 묘사한 것에서부터 권속을 모두 묘사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이 있으며, 본존과 권속들을 모두 1폭에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28수도’는 본존과 권속을 모두 1폭에 묘사하는 형식 중 이십팔성군만을 그린 사례에 해당한다.

작품 화면 하단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주색 화기란의 묵서에 의하면, 동치7년(1868)에 위상(偉相)스님이 수화승으로 참여하여 운문사(雲門寺)에서 새롭게 제작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위상은 19세기 사불산 출신으로 경상도 지역을 대표하는 화승이다. 1841년부터 1890년까지 약 50여 년간의 활동 작례가 경상도를 중심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운문사는 경북 청도의 5갑사 중 하나로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다. 즉 ’28수도’는 1868년 운문사에서 위상스님이 주가 되어 제작을 한 10폭의 칠성도 중 한 점인 것이다.

조선총독부 관보에 실린 사찰재산대장의 기록에 의하여 1868년 운문사에서는 ’28수도’를 포함하여 치성광여래탱 1폭, 칠성여래탱 7폭, 자미대제탱 1폭 등 총10점을 동시에 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3월 미국의 한 경매시장에 운문사의 칠성도 10폭 중 1폭이 나와 운문사에서 환수하였다. 이때 환수된 작품의 도상은 칠성여래탱 7폭 중 1폭인 ‘칠성여래도’이고, 이번에 유진화랑에서 소개하는 ’28수도’는 칠성여래의 권속 중 하나를 그린 ‘이십팔수도’인 것이다. 기록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작례가 연속해서 또 한 번 더 발견되었고, 특히 해외에서 환수된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2) 오원 장승업(1843~1897), ‘기명절지(器皿折枝)10폭병’, 비단에 수묵담채, 각 149 X 34cm(전체 214 X 475cm)

기명절지도는 종래의 책거리 그림(冊架圖)이나 문방구도에서 각종 기물을 취하고, 거기에다 화훼절지(花卉折枝)를 곁들인 그림으로 장승업 이후 크게 유행하였다. 종래의 책거리 그림에서 정형화한 구도와 형식적 묘사 패턴이 있었던 데 반해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구도와 소재의 가변성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묘사방식의 즉흥성과 필선의 호방함, 그 결과로서 얻어진 화면의 생동감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기명절지도10폭병’은 국내 몇 안 되는 장승업의 10폭 병풍 중 한점이다. 각 세로 149 x 34cm 크기의 10폭 병풍으로 제작된 대형 사례이다. 강렬하면서도 차분한 필치로 매화나무 꽃을 꽂은 오래된 도자기, 청동정, 벼루와 두루마리, 감, 오이, 게와 물고기 등을 그렸는데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생동감을 엿볼 수 있다. 역원근법, 음영법 등 서양화의 표현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장승업 특유의 호방하고 섬세한 필력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3) 표암 강세황(1719~1791), ‘묵포도도’, 종이에 수묵, 42 x 29cm
조선후기 시, 서, 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화가. 문관, 평론가이다. 위 작품은 수묵으로만 그린 포도그림으로 강세황의 담백한 필치를 보여준다. 포도는 풍미(風味)가 뛰어날 뿐 아니라 알알이 맺힌 열매와 길게 넝쿨져 뻗어나가는 줄기가 다산과 번창을 상징하여 예로부터 애호되었다. 화면 우측에서 솟아나는 포도 넝쿨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묵의 농담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탐스럽게 익은 포도송이와 생기 있는 잎을 표현하였다. 화면 좌측 여백에는 ‘草龍(초룡) 樸菴(박암) 寫(사)’라고 쓰여 있는데, 樸菴(박암)은 강세황의 호이다. 표암 강세황이 포도를 그리고 화제를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장소 : 유진화랑
일시 : 2019. 10. 18. –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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