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점환 초대전(미광화랑)_130719

그동안 향토작가 발굴과 부산미술의 역사성에 중점을 두고 꾸준히 전시기획을 해 온 미광화랑에서 7월 19일부터 심점환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는 그를 부산의 중견작가로서 신구(新舊) 작가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라고 평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구체관절 인형은 이제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그동안 그의 작품 속에서 익히 봐 왔던 인형들이 먼저 관객을 반긴다.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 니체, 인디언 등 기존의 인형과는 다른 소재들도 눈에 띈다. 웃고 있는 인형도 있고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듯이 누워 있는 인형, 그리고 오랫동안 물에 잠겨 흉해진 몰골의 시체, 그리고 시체 곁엔 파랑새가 한 마리 앉아있다. 웃고 있는 인형부터 부패한 시체까지, 조금은 알쏭달쏭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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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유의 숲’이다. 심점환 작가에게 사유란 가벼운 생각 또는 지나가는 생각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 삶의 통찰과 철학이 담긴 사고를 뜻한다. 그렇다면 그는 사유의 숲에 등장하는 인형부터 버지니아 울프, 니체까지 등장시키면서 뭘 말하려는 것일까.

작가는 오랫동안 인간의 불안한 존재에 대해 고민을 해 왔다. 가령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영혼의 집’이라는 작품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말 해주는 존재의 불안함,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 놓여 져 있는 집을 통해 어쩌면 인간은 현실에서 편안하게 안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소멸의 풍경’이란 작품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을 극명하게 보여준 니체의 삶과 사상을 통해 허무주의 또는 소멸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완전히 사라지는 소멸보다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소멸, 재탄생하기 위한 파멸을 말하고 있다. 작품 속 배경에 보이는 황혼도 같은 맥락이다. 황혼이 지나면 다시 새벽이 오듯이 생사가 엮어져 있다.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지만 이왕에 생겨났으니 가능한 한 빨리 부재하는 것, 썩어서 완전히 공(空)이 되는 것, 그러나 시공을 다투어 다시 실재와 부재가 반복되는 것… 어차피 삶이 그렇듯 작업도 그런 것이다. 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지만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는 것, 소멸과도 같은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 – 작가 노트 중에서 –

심점환 작가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는 인형일 것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은 대체로 사람을 꼭 닮은 사실적인 인형이다. 태생적으로 웃고 태어난 인형은 폐기되는 그 순간까지 그 웃음을 잃지 않는다. 생명이 없으면서도 인간을 닮았다는 점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생명이 없는 물상이고 물질인데도 인간을 닮았기 때문에 내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버려지는 그 순간까지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인형의 ‘운명’을 생각하며 그런 인형을 통해 인간 속에 내재된 숙명 같은 존재의 불안을 나타내고자 했다. 5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심점환 작가의 전시회는 민락동 미광화랑에서 8월 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미광화랑(민락동)
– 일시 : 2013. 7. 19 –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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