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준展(갤러리 이배)_130220

디지로그, 컴퓨터그래픽, 프랙탈, Artience, 미디어아트, 나노그래피, 융합, 키네틱 아트…
충분히 상상이 가겠지만 위 단어들의 공통점은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형태의 뜻을 담고 있다. 20세기 중반 브라운관(CRT)에 전기신호를 전자빔의 작용에 의해 영상으로 표현되면서 현대판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과학에서 출발해서 예술의 영역을 받아들이거나 또는 예술에서 시작해서 과학의 영역을 받아들이는 ‘융합’의 밀월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 순수미술만을 전시하던 갤러리에 이제는 제법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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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고개에 있는 갤러리 이배에서는 과학과 사진의 접목으로 시사적인 작품을 선보인 지호준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광학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나노(nano, 극소)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후 나노 세계에서 보이는 형태들이 마치 현실의 식물형태와 닮은 것을 착안해서 이미지화 하면서 그의 작품 활동은 시작됐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커다란 둥근 동전이 먼저 눈에 띄는데 이 큰 동전은 현미경을 통해 부분 부분 찍은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전시장의 안 쪽에는 지호준 작가가 소개됐던 영상물과 작가의 초기 작품인 ‘그저 현실일 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한 식물 형태는 작가가 광학현미경으로 본 나노 세계의 확대된 물질을 기본으로 했다. 그 형태와 현실의 실사를 합성하여 만든 작품으로서 마치 우거진 숲 속의 실내 수영장을 연상케 했다.

나노 세계에 계속 관심을 가지던 작가는 어느 날 현미경을 통해 바라 본 동전의 녹슨 표면이나 질감을 보고 또 다른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동전에 새겨진 역사적 인물과 그와 연관된 이미지들을 시사적으로 합성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사적인 작품의 배경으로는 당연히 나노 세계의 이미지들을 사용하였다. 가령 링컨 대통령이 등장한 동전 작품에는 오바마를, 동전 속의 엘리자베스 2세의 작품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히틀러와 오스트리아 등 시공간적으로 불일치하거나 사회적 대치 상태 등을 한 화면에 포함시키고 있다.

작가는 나노 물질을 배경으로 확대된 동전과 신문 또는 이미지를 합성한 ‘코인 인베이젼’ 연작을 통해 절대적 진실이 과연 존재하는 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광학현미경을 통해 대상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인간 시각의 불완전성을 생각하게 됐으며 복잡성 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현실에 있어서의 진실은 우리가 다가가는 과정만 존재할 뿐이지 진실 그 자체는 부재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시키고 있다. 동전을 통해 상반된 현상과 가치들을 교차시켜 하이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23일까지 해운대 갤러리이배에서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이배(해운대)
– 일시 : 2013. 2. 20 –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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