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展(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_20210624

//작업 노트//
타국의 날씨는 무척 변덕스러웠는데, 4월이 특히 격렬했다. 우박이 창문을 마구 두드리며 비를 뿌려대는 동시에 해가 눈부시며 천둥과 번개가 내리친다. 창밖을 보며 참 이해할 수 없고 너무나 어긋난 날씨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동시에 바라보고 있던 나이 지긋한 독일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오늘 날씨가 참 멋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지개까지 있으면 완벽한 날이라고 덧붙이며.

귀국 후 가졌던 2020년 개인전 ‘가재게’에서 그 어디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는 정체성과 경계들에 주목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이 연장되면서 조금 더 내면적으로 들어가 그 경계점들이 서로 교차하며 벌어지는 심리에 집중했다.

세상은 어긋나고 들어맞는다. 들어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어긋나기를 반복한다. 나에게 딱 편하게 맞는 신발 사이즈를 고르기 위해 계속 번복하는 순간들, 온라인에서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그 누구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샀다고 자족하기 위해 최저가격에 각종 쿠폰과 결제혜택을 비교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긴 시간을 소비하는 모습 속에서 무언가 접점을 향해 맞춰보려는 사람의 심리를 보게 된다.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이 있다. 하지만 어제는 맞았는데, 조금 전은 괜찮았는데 지금은 틀린 현실을 보면서 이젠 맞지 않는 것을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려고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은 때론 고통이기도 하다. 잘 맞아떨어지기를 갈구하지만 어긋나있었다. 신체도 완전한 대칭일 수 없고, 그 신체에서 나오는 행위들, 그 결과도 그래서 당연히 어긋나기 일쑤다. 최근 배우고 있는 동래학춤에서의 긴장과 이완, 끼워 맞추고 풀고를 반복하는 것 또한 그것과 연결되었다. 신체의 긴장과 이완, 끼워 맞추고 풀고의 반복인 최근 배우고 있는 동래학춤도 그것과 연결되었다. 현재 사는 곳 주변의 풍경에서도 마주하는데, 다양한 모양의 돌들이 맞물려있는 동래읍성 성곽과 담벼락들, 보도블럭, 어딘가에서부터 모여들어 빼곡히 들어차 쌓인 물체더미들, 풍경 속 대상과 여백에 이르기까지 내게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맞물려있는 것 투성이었다.

나는 보이는 것들의 형태를 대치해보기 시작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신체의 교차하는 곡선들을 바라보았다. 두 손을 눈앞에 내세운다. 뼈와 그 뼈들을 잇는 관절들의 곡선 실루엣은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대칭되게 놓고 서로 맞닿아본다. 데칼코마니처럼 유사한 두 손은 서로의 튀어나온 관절과 대칭되어 충돌하며 맞부딪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쪽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 보고 다시 맞닿아본다. 그때서야 둘은 들어맞았다. 온전히 들어맞진 않았지만, 그것이 더 만족스러웠다. 이처럼 어긋나고 맞추는 놀이를 만들어 즐기곤 했다. 신체 곡선 어긋 끼워 맞추기, 미끄러져 어긋나는 선 맞추기, 눈감고 어떠한 지점을 향해 걷다 눈 떠 맞춰보는 놀이 등 말이다.

요즘 우리는 동선이 겹치는 일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작년 전시기간 말미에도 건너편 건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밀접접촉자가 발생해 모든 공간들이 잠정폐쇄가 되기도 했다. 바이러스감염과 같은 것으로부터는 아슬하게라도 어쨌든 어긋나기를 소망한다.

어중간하게 걸쳐있으면서, 체계가 없는 듯 혼재된 가운데서 어쩌면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을 사유하고 발견하는 작업을 한다. 오늘의 날씨도 이전엔 한 번도 없었던 처음인 것처럼 계속 변하는 세계 속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그토록 맞추려하고 어긋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다.//이태훈//

장소 :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일시 : 2021. 06. 24. –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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