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展(갤러리 서린 스페이스)_20220302

//작가노트//
이번 전시는 ‘일상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된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서 바라본 가족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은 아마도 가족일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가족이라는 주제 외에도 시간, 삶, 희망과 절망을 모티브로 하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조각적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전시장 중앙의 주변으로 아이들을 담은 작품들이 설치되었고, 전시장 오른쪽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2022 소년의 꿈’은 사다리를 타고 하늘의 향해 올라가는 소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소년이 하늘의 별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이 작품은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인간들의 삶, 그 속의 한 인간의 홀로서기를 그린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다리를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희망, 인간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현실을 연결하는 다리로 본다면 이 작품은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기도 하다.

작품 ‘어머니’는 아이를 업은 엄마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따뜻한 엄마의 등에 업혀 편안히 잠든 아이의 모습 속에는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담겨 있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인간에게 집은 불안한 외부세계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 속으로 은둔하는 공간, 부드럽고 친밀한 여성적인 존재에 의하여 환대받고 영접받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작품 ‘어머니’에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상처받고 울며 돌아온 나를 따뜻하게 토닥여 주던 어머니, 어른이 된 이후에는 사회생활에 지치고 좌절한 나를 응원해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어머니의 따스함과 포근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전시장 오른쪽 벽면에는 나무로 조각된 나이든 남자가 마스크를 쓰고 눈을 감은 채 아파트 옥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 ‘아버지’가 전시되어 있다. 이 남자는 날씨가 추운 듯 어깨 위로 목도리를 두르고 있고, 두 손은 주머니 속에 찔러져 있다. 마스크에 감쳐줘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얼어붙은 날씨처럼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평범했던 과거의 일상을 회상하는 이 남자의 벗어진 이마 주위의 주름살은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2019년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0년 초 전세계로 확산되어 각국의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2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인 코로나19의 확산은 국가경제 뿐 아니라 각 가정에까지 빈곤을 퍼트리고 있다. 멀지 않은 우리 이웃들의 가계에서도 소득의 악화, 가계부채 증가를 어렵잖게 목도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경제현실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한 것이 작품 ‘아버지’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현재의 팬더믹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은 가장, 노동자인 아버지이다. 아파트 창들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색, 흰색, 주황색의 불빛들은 코로나19 이전의 평범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작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적, 경제적 상황, 특히 예기치 못한 전염병의 확산이 야기한 사회적 양극화, 대량실업 사태의 한 단면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관람객은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을 맞바라보는 작품 주인공의 현실과 자신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어린아이가 돼지 위에 앉아서 웃는 모습으로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 ‘만세’, 암닭 등에 앉아 슈퍼맨처럼 하늘을 향해 한쪽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슈퍼맨’, 호랑이를 타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과 함께 희망을 표현한 작품등 총 14점이 전시되었다.//박주현//

장소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일시 : 2022. 03. 02 –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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