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임展(갤러리아트숲)_130828

오랜 전 용호농장에 간 적이 있다. 산등선 따라 회색의 낡은 가옥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집들 사이에는 축사처럼 보이는 건물도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선 예전부터 닭을 키워 부산 시내에 달걀을 많이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네 분위기만 그럴 뿐 건너편 바다에 오륙도가 가깝게 보이는 운치 있는 곳이었다. 지금 그 곳엔 오륙도SK 아파트가 들어서 이젠 과거의 정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산이라는 큰 도시 속엔 이처럼 도시와 대조적인 동네가 아직도 몇 군데 남아있다. 그 중 한 곳이 청사포다.

청사포는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송정 넘어 가기 전 오른 쪽에 있는 마을이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동네 전체가 한적하고 따뜻해 보인다. 갤러리 아트숲을 방문 할 때면 청사포의 이런 풍경에 잠시 넋이 빠지곤 한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빌딩 숲 바로 너머에 이런 한적한 곳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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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깝게 위치한 갤러리 아트숲에서 ‘숲, 바람의 소리’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세로로 긴 캔버스에 고사리 형태의 가지 끝에 꽃잎이 붙은 작품이 눈에 띈다. 한 작품은 가지 끝이 위로, 그 옆의 작품은 가지 끝이 아래로 향했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검은 배경에 반짝이는 실로 마치 비 또는 유성이 내리는 듯한 형태로 수가 놓여 져 있다. 꽃잎은 그린 것이 아니라 얇은 한지를 형태대로 오려 붙인 것이다. 조재임 작가의 작품은 그리는 것 보다는 붙이는 작업이 많다.

갤러리 안쪽에는 얇고 하얀 천에 꽃잎을 붙인 ‘발’ 작품이 걸려 있다. 10여개의 발 작품은 실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자연의 일부를 갤러리에 옮겨 놓은 듯하다. 작가는 이 발 작품을 통해 감상자들이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받는 치유의 감정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한다. 발 작품 옆에 놓인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면 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운치 있는 숲의 느낌이 든다.

작품 중에는 둥근 형태와 별궤적의 무늬도 눈에 띈다. 작가는 이것을 자연에서 발산되는 파동에너지라고 표현한다. 어릴 적 하늘의 별을 보다 잔잔히 퍼져나가는 느낌의 기억을 작품 속에 옮겨 놓았다. 그 표현 방식은 물감을 흩뿌리기도 하고, 꽃잎을 따 붙이기도 하고 또 그것이 바느질이 될 때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작가가 자연에서 받는 치유의 감정을 담아 작품 속에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림을 다루는 주제는 제가 경험한 자연에서의 감정, 시각적인 잔상을 표현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법이라든지 기억 속의 색채 재현에 중점을 뒀는데 지금은 자연에서 울리는 파장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과 어떻게 느낌의 합일점을 찾을까 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이 어떻게 하면 이 공간과 호흡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오신 분들이 작품과 이 공간에서 자연의 기운을 많이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 –

갤러리 아트숲의 창 쪽 공간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있다. 벽면에는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탁자 유리판 아래에도 작품이 하나 씩 놓여 져 있었다. “차를 마시다 쏟아지면 작품이 손상될 텐데….?” 작가는 괜찮다고 씩 웃는다. 오랜만에 만난 작가와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청사포에서 본 ‘숲, 바람의 소리’.
작가가 어릴 적 봤다는 밤하늘 별 빛 속에 퍼져나가는 파장의 느낌이란 게 어떤 것이었을까? 밤이지만 도시의 밝은 불빛 때문에 얼마 보이 지 않는 하늘의 별을 한 번 올려다본다.

– 장소 : 갤러리아트숲
– 일시 : 2013. 8. 28 – 9. 2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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