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훈展(갤러리 화인)_130827

주영훈 작가를 처음 본 인상은 날씬한 체형에 예술가처럼 보이는 헤어스타일, 겸손한 말씨 등이었다. 작품이나 작가의 느낌을 유창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작품에 임하던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타지에서 본 바다와 섬, 갯바위와 갈매기를 친구삼아 위안을 얻었던 자연이 이제는 그의 작품 속 소재가 됐다. 해운대 바닷가에 위치한 갤러리 화인에서는 부산이 고향이면서 십 수 년 전 거제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주영훈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갤러리에서 본 주영훈 작가의 작품은 모두 풍경화다. 작품 속 등장 소재들은 풍경화의 단골 소재인 섬, 바다, 산, 나무, 갈매기, 배 등이다. 소재만으로 볼 때는 딱히 특이한 부분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작가가 다른 작가와 차별될 수 있는 부분은 표현의 형태적인 부분일 것이다. 얼핏 봐서는 점묘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은 붓 자국들로 형태를 만들어 나간 그의 작품은 색다른 느낌이 있다.

웹이미지

「그가 강구해낸 선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작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태는 거의 곡선의 형태로 시종한다. 선이 겹겹이 쌓이면서 섬을 비롯하여 나무, 산과 숲, 그리고 갈매기 등의 형태가 드러난다. 곡선으로만 형태를 형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조그맣고 가느다란 형태의 곡선은 시각적으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선의 모양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히려 점묘법 회화보다 더 부드럽고 평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수한 곡선의 집적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인상에서는 명료한 점의 형태보다 선이 한층 유연하기 때문인지 모른다」<신항섭 평론 중>

8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닌 작가는 그동안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시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때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기도 했고 지금도 생업으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고향을 떠나 거제도로 옮기면서 지금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그의 감정을 싹트기 시작했다. 객지의 어색함과 외로움을 달래며 바라보던 바다와 섬은 그의 유일한 안식처고 친구였다.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작품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작업을 하다 망친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그는 작업이 막힐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그는 작은 붓자국으로 캔버스를 지워나가는 방식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그림은 캔버스에 그리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반면 작가는 진한 배경에서부터 밝은 색으로 지워 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그의 이러한 표현방식을 하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은 자연 속에서 보고 느꼈던 안개와 안개비였다. 거제도에서 가끔 보던 안개는 작가에겐 심상이었고 지금 붓질의 아이디어가 됐다. 이러한 느낌으로 처음 그렸던 것이 섬이었다. 거제도에서 어려웠던 시절 섬과 바다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감상(感想)의 대상이었다.

주영훈 작가는 올 해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생업으로 부족했던 작업시간을 늘이고 개인전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아트페어에도 참여한다. 작은 붓질로 그리는 그의 작품은 많은 시간과 공이 소요된다. 하지만 작가가 해왔던 터치의 시간들, 흔적, 반복적인 작업들이 이제는 체득된 스타일이 됐다. 자연과 점점 닮아가는 주영훈 작가가 앞으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Bravo my life!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3. 8. 27 – 9. 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