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展(갤러리 호박)_20230426

//전시 소개//
화가 황주리가 2018년 이후 5년 만에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다. 황주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몇 안되는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1980년대 포스터모더니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신구상주의 계열의 선구자로,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며, 유려한 문체로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등의 산문집과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등을 펴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한 그의 글과 그림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들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이며, 동시에 촘촘하게 짜인 우리들 마음의 풍경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익숙해서 밋밋한 우리들의 풍경은 황주리의 ‘식물학’에서 화려한 꽃송이로 활짝 피어나면서 문득 새로운 특별한 장면으로 빛을 발한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살면서, 살아 있기에, 사노라고 잊어버려 놓치고 있는 삶의 광휘를 포착하여 화석처럼 또렷이 새겨 보여준다. 진정한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언제라도 원하면 되뇔 수 있는 한 소절의 정겨운 멜로디처럼, 정작 늘 그렇게 하찮아 보이는 우리들의 작은 몸짓 속에, 이미 스며들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작가는 지치지 않고 되풀이해 말한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모자이크화처럼 견고하고 영구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예술의 마법으로, 인간성의 완성을 향한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에 연유한 듯하다. 우리가 황주리의 작품을 마주하는 짧은 문화적 순간은 마침내 우리가 인간답게 스스로 사랑, 자비가 되는 눈부신 통찰의 순간으로 승화된다.

//전시 초대글//
평범한, 고귀한…

오늘도 해는 떠올랐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다시 시작되고 또 속절없이 과거로 쌓여 갈 것이다. 익숙해서 밋밋한 우리들의 풍경은 황주리의 ‘식물학’에서 화려한 꽃송이로 활짝 피어나면서 문득 새로운 특별한 장면으로 빛을 발한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살면서, 살아 있기에, 사노라고 잊어버려 놓치고 있는 삶의 광휘를 포착하여 화석처럼 또렷이 새겨 보여준다. 진정한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언제라도 원하면 되뇔 수 있는 한 소절의 정겨운 멜로디처럼, 정작 늘 그렇게 하찮아 보이는 우리들의 작은 몸짓 속에, 이미 스며들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작가는 지치지 않고 되풀이해 말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미 그 자체로서 여전히 가치롭다. 함께 살아 숨쉬며,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흐느끼고, 얼싸안고, 입맞추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지 않는가. 게다가 약속과 염원과 기도로써 우리 자신을 세상과 화해시키면서 여전히 불꽃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러기에 존재의 무게와 상관없이, 황주리의 ‘식물학’에서 존재의 의미는 반복되면서도 무한하다.

작가의 ‘식물학’ 연작에서 우리들의 평범한 삶은 점차 붓다의 고귀한 삶과 겹쳐지며 이미 성과 속의 경계가 사라진다. 그러다가 ‘그대 안의 붓다’ 연작에 이르면 우리는 이제 중생의 탈을 벗고, 오로지 아우라 찬란한 붓다로 변신한다. 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든다.

바흐에게 음악이 기도였듯이, 작가는 ‘그대 안의 붓다’ 연작에서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붓다이기에, 그 본성인 자비로 돌아가자고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 중생이 붓다이며 붓다가 중생이라는, 얼핏 이 강력하게 모순적인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온전히 진실임을, 아니면 직관적으로 적어도 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묘한 통찰을 작가의 붓다 연작으로 우리는 홀연히 실감하며 자신에게 놀란다.

사실, 붓다는 사랑, 자비라는 우리의 본성으로서, 우리 각자 속에 붓다가 있으며, 동시에 붓다 속에 우리 각자가 연결되어 하나된 상징으로 존재한다. 자비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폭적인 태도이며, 하여 세상과 조화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인간적 토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에 바치는 황주리의 헌사를 기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정녕 무엇이 우리를 고귀하게 만드는가를 찬찬히 되짚어 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자신의 인간적 위엄과 품위를 찾아내어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

황작가는,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내밀한 기도처럼 살아 있는 우리 속의 신성을 이처럼 그림으로 단숨에 각인한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식물학’에서 ‘그대 안의 붓다’로 이행하면서 삶의 풍경화에서 삶의 성화로, 나아가 우리 시대의 탱화를 구현한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모자이크화처럼 견고하고 영구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예술의 마법으로, 인간성의 완성을 향한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에 연유한 듯하다. 황주리의 작품을 마주하는 짧은 문화적 순간은 마침내 우리가 인간답게 스스로 사랑, 자비가 되는 눈부신 통찰의 순간으로 승화될 것을 믿는다.
우리의 평범함에서 고귀함을 일깨우는 황주리전에 우리 모두를 초대합니다.//갤러리 호박//

장소 : 갤러리 호박
일시 : 2023. 04. 26. – 05.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