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경展(미광화랑)_20240105

//언론 보도//
얼마 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랬다. 조부경 작가가 부산시립미술관 리뉴얼전 마지막 기획전시 ‘극장’에 참여했을 때 본 것이었다. 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한 조 작가의 작품은 가벽 제거로 자연 채광이 이뤄진 전시장과 잘 어우러졌다. 덕분에 미술관의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방향성,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었다.

조부경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추상 작업을 하는 작가다. 부산 화단에는 미니멀한 추상 작가가 드물다. 사실 단색조의 추상을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조 작가는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에서 ‘집 빛 기억(Dwelling Light Memory)’이라는 이름으로 유년 시절에 살았던 공간에서 빛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건물의 모퉁이, 기둥, 계단 등을 모티브로 확대 재구성한 추상 작품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추상에 낯선 기자의 앞에 펼쳐진 도형들을 보고 킬러 문항을 마주한 것처럼 막막해하고 있을 때였다. 강선학 미술평론가가 “조부경의 작업 앞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어휘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색상,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저 색상의 면들, 색의 뭉치들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라고 쓴 글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화랑에 비치된 이전 도록을 펼쳤더니 과거의 작품은 색이 훨씬 강렬했다. 변심, 색이 달라진 이유를 물었다. 조 작가는 “20년 전에는 나도 색을 연하게 했다. 자꾸 덧칠을 하다 보니 색이 너무 강하게 된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삶은 칠하고, 보고, 닦아 내고, 또 칠하고의 반복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어린 시절에 10년간 살았던 집이다. 2층 올라가는 난간 사이로 빛을 보길 즐겼다. 여름과 겨울빛이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이 다르다. 그런 것들이 축적된 결과였다. 미안하지만 덜 된 것처럼 보이는 색도 있다. 더 칠하면 느낌이 나지 않아,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힘을 뺀다, 색을 줄인다는 의미를 알겠다. 김기봉 미광화랑 대표는 “눈에 확 들어오지 않지만 색이 중첩되어 우러나는 은은한 맛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열린다.//부산일보 2024.01.11. 박종호 기자//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4. 01. 05 –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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