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희展(갤러리데이트)_131001

부산국제영화제가 올 해로 18번째를 맞이했다. 비록 짧은 역사지만 부산이라는 지리적인 장점과 영화제작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면서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매년 영화제가 개최되면서 주목을 끄는 것 중에 하나가 포스터다. 포스터는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다루어지고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포스터에 삽입된 작가의 작품들은 이후 고가로 매매가 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로는 2009년에 작고한 신성희 작가의 작품을 사용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해운대에 있는 갤러리데이트에서 신성희 작품전이 진행되고 있어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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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한 신성희 작가는 1990년대까지 콜라주 작업을 주로 했다. 이후 90년 후반부터 캔버스에 칠을 하고 띠 모양으로 찢은 뒤 다시 각각 묶는 방식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성희 작가의 이런 스타일을 ‘누아주’(nouage, 프랑스어로 실 따위를 맺는다는 뜻)기법이라고 부른다. 평면의 페인팅을 극복하기 위해 캔버스를 찢어 3차원을 만드는 작가를 미술계에서는 ‘페인팅으로 페인팅의 한계를 넘어선 작가’라고 부르고 있다. 엮어지고 묶여지는 결합과 함께 물질과 정신, 긍정과 부정 등의 대립을 통합한다는 시각적 언어를 내포하기도 한다.

갤러리데이트에서는 지난 4월에 신성희전을 개최한 적이 있다. 당시 갤러리에서 신성희 작가의 부인인 정이녹 여사를 만났었다. 오픈전을 준비하면서 정이녹 여사가 작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닦으면서 벽에 걸던 것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고인의 유품을 소중히 다루는 가족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당시 부산 전시와 동시에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전시회가 빠듯하게 이어졌다. 거기에다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에까지 신성희 작가 작품이 사용되어 그 어느 해보다 작가가 주목받은 한 해였던 것 같다.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누아주는 묶여진 색 띠 매듭과 그 사이 사이 구멍들로 구성된 그물망이다. 그것은 더 이상 면이 아니라 질감 있는 부조로서 회화의 본질인 평면성을 탈피하게 된다. 색 띠의 선묘가 면을 만들고 그 면이 부조적 질감을 획득하면서 선, 면, 입체가 공존하는 회화적 조각, 또는 조각적 회화로 존립한다. 이것이 누아주의 미학적 의미이자 회화적 혁신”이라고 평하고 있다.

갤러리데이터의 김세연 큐레이터는 영화제 기간 동안 관광객들이 갤러리를 많이 찾는다고 귀띔한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물론 포스트에 사용된 작품이라고 한다. 갤러리 입구쪽 벽면에 위치한 메인 작품 옆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가 함께 붙여져 있다. 평면을 극복하고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신성희 작가의 작품전은 10월 20일까지 해운대 갤러리데이트에서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데이트
– 일시 : 2013. 10. 1 – 10.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One thought on “신성희展(갤러리데이트)_131001

  1. kim
    2013년 10월 16일 at 11:15 오전

    멋진 글 잘보고 갑니다 추 피디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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