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개인展(갤러리 이배)_131017

갤러리 이배에서는 3차원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주로하는 김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20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Fragile’ 시리즈와 ‘Islands’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데, 인간의 탐욕과 욕망 등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작품 속에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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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됐지만 어딘지 비현실적인 이미지처럼 보이는 것이 먼저 눈에 띈다. 마치 형태를 만든 후 촬영을 한 이미지처럼, 작품 속 등장 소재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체의 모습을 한 도자기 인형들이 해체된 듯한(그렇다고 깨어진 것은 아닌) 모습으로 바닥 또는 접시 위에 나뒹굴고 있다. 해체된 인체형상 표면에는 주류 상표가 맵핑(3차원 그래픽에 무늬와 질감을 입힘)되어 있다. 전시장 안 쪽에 있는 신작들은 주로 인간, 뱀, 정확한 형상을 알기 힘든 동물 등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이 신작들 역시 사실적인 이미지로 인해 마치 사진 같은 느낌을 준다.

김준 작가는 ‘문신 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문신은 신체에 물감을 새겨 넣어 특이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로 사회적으로 거부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나는 반대로 문신은 자기표현이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욕망이 새겨진 문화적 기호라고 생각한다. 김준 작가는 이러한 소극적인 욕망 또는 의지에 대해 사회문화적 영역으로 확대하려 하며, 세대, 계층, 직업, 성 등 기호와 취향의 차이를 작품 속 인체 표면에 문신으로 나타냈다.

『‘Fragile‘ 시리즈에서 작가는 자본주의의 도상이며 시대적 아이콘이 문신으로 아로새겨진 파편화된 신체 조각들을 음식처럼 도자기 접시에 담아낸다. 인격의 상품화를 겨냥한 자본주의 욕망이 본격적인 만찬의 형태로까지 발전되고 노골화된다. 얼굴 없는 신체는 인격이 거세당한 익명적인 신체, 상품화를 실현한 신체에 해당하며, 그 자체가 자본의 무차별성을 암시한다. ‘Islands’ 시리즈에서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하여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고자 하였다. 대양에 떠다니는 고립된 인체로 표현된 ‘섬Island’는 인간 스스로가 각인(문신)한 체험적 고통과 불안감에 대한 감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갤러리 이배 전시 서문 중>

이번 전시는 전시장에 보이는 이미지 보다는 그 내면에,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컴퓨터그래픽의 테크닉 측인 면에서 보자면 현대인들은 이미 방송이나 영화 등을 통해 첨단의 퀄리티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3차원 그래픽의 퀄리티를 느끼기 보다는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킨 재앙’, ‘개인 또는 사회적인 욕망’, ‘탐욕과 탐식으로 표현된 인간의 욕망’ 등에서 의미를 찾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작가는 2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에 빗대어 최근 ‘Island’라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관객들에게 전달 하고자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김준 개인전은 갤러리 이배에서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이배
– 일시 : 2013. 10. 17 –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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