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용展(갤러리 아인)_131105

갤러리 아인에 녹색의 정원으로 가득하다. 정원에는 여인, 꽃, 새, 나비, 오리, 고양이 등이 반구상적으로 그려져 등장하는데 얇고 진한 채색으로 색감이 선명하게 보인다. 작품 속 여인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꽃을 들고 누워있기도 하며 딸과 함께 손을 맞잡은 모습이 정겹다. 인간과 동식물이 동심일체가 된 듯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감상자도 어느덧 작품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아마도 환갑을 넘긴 장혜용 작가의 연륜이 고스란히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운대 중동 중앙하이츠상가에 있는 갤러리 아인은 청주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장혜용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 중에 있다. 갤러리 입구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데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고 손님이 오면 같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과 작은 벤치, 고풍스런 등불, 조각 작품 등이 있다. 장혜용 작가의 ‘엄마의 정원’이란 주제의 이번 전시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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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초창기 먹 작업, 단청, 오방색을 사용하여 작품을 그려왔다. 작가는 수묵화와 채색을 혼용하고 한국인의 흥과 잔치 같은 분위기의 작품을 그려왔다. 몇 년 전 부터는 ‘엄마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무릉도원, 이상향, 인간과 동식물이 어우러지는 작업을 하면서 녹색 계통의 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작품 속 인물과 동식물은 굵은 선으로 그려져 있고 각 소재들은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인과 동식물은 모두 넉넉하다. 풍만한 중년의 여인, 식물의 꽃과 잎은 크고, 나비와 새도 크게 그려졌다. 얇은 물감을 여러 차례 겹쳐서 색칠한 작품들은 유화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다. 유화작품은 특성상 두터워 보이는 반면 장혜용 작가의 작품들은 얇게 채색하기 때문에 색상이 선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그림에는 여인이 있고, 꽃이 있고, 새가 있고, 나비가 있다. 이처럼 비록 외관상 구분되는 소재들이 있지만, 이 소재들은 다만 소재로서만 구분될 뿐, 사실은 그림 자체의 자족적인 원리 속에서 똑같은 의미와 비중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그 의미와 비중은 모티브와 모티브를 나누고 구분하게 해주는 가장자리 선을 걷어내면 더 잘 보인다. (가상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가정해볼 수는 있다.) 소재가 아니라면, 눈에 띄게 차이를 의식한 경우는 아니라는 말이다.
아마도 차이보다는 무차별성을 의식하고 적용한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나비와 내가 혼동되는 장자몽이나, 자와 타를 구분하는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혼연일체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지향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여인은 꽃밭 속에 파묻히고, 꽃향기에 취해 허물어지고, 종래에는 그 자신이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난다.』 <고충환의 평론 중>

이번 전시에는 평면 회화 작품 열다섯 점 외에 청동 조각 작품 세 점을 함께 선보인다. 조각 작품 여인 역시 회화 작품 속 여인과 닮았는데, 희망을 꿈꾸며, 사색하는 형상들이다. 작가의 부친인 고건축학 연구의 대가인 장기인 선생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미술의 길에 들어선 작가는 한국적 정서 표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 아인에선 장혜용 작가의 ‘엄마의 정원’전을 12월 6일까지 계속 전시한다.
– 장소 : 갤러리 아인(해운대 중동 중앙하이츠상가)
– 일시 : 2013. 11. 5 –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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