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상 개인展(갤러리데이트)_131201

2006년 부산비엔날레는 ‘어디서나(Everywhere)’라는 주제로 우리 일상생활 어느 곳에서든 축제의 장을 펼쳐보자는 취지로 치러졌다. 당시 세간에는 ‘도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해운대 해수욕장 도로 1km를 파랑, 노랑, 흰색으로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포장 재료인 아스콘을 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값이 싼 페인트 칠을 하다가 우천 속 연쇄 차량추돌 사고가 일어나면서 개막 직전 무산됐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하지 못해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작가가 있다. 그를 부산 갤러리데이트에서 만났다.
큰 키의 호감형 얼굴인 김택상 작가는 당시 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2006년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을 맡은 류병학 큐레이터와 1년 동안 계획을 세웠는데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목전에 두고 무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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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데이트 전시장 안에는 큰 천에 여러 색으로 채워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얼핏 봐서는 색면추상회화 또는 단색화처럼 보인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니 물감으로 칠 한 것이 아니라 물감이 스며든 것같이 보인다. 캔버스 또한 일반 캔버스와 다르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빛의 회화’라고 부른다.

김택상 작가는 인터뷰 내내 빛과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작가는 처음 물빛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빛은 공간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색은 물체의 표면에 안료를 입혀서 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고려불화와 청자에 비유한다. 고려불화는 채도와 미묘한 색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천의 뒷면에 색을 칠하는 배채법을 사용했다. 뒷면에 색을 칠해 안료가 앞으로 배어 나오게 한 후 앞면에서 채색하여 음영을 보강하는 기법이다. 김택상 작가는 일본에서 일반 캔버스와는 다르게 색이 스며드는 천을 생산하는 것을 찾아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

『김택상 작가는 숨 빛을 그린다. 호흡과 숨결 같은 생기를 머금은 빛이다. 호흡과 숨결은 들락거리고 그렇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숨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숨길은 투과하는 성질과 투명한 화면 위로 열린다. 작가는 거의 드러나 보이지 않을 만큼 섬세한 얼룩과 함께 물빛을 머금은 색감 위로 생기를 머금은 빛이 지나가도록 길을 내어준다. 얼룩이 반가시적인 것은 시간이 비가시적인 것과 같다. 즉 중첩된 얼룩은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의 표상인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오로지 물빛만으로 색감만으로 투명하고 섬세한 빛의 질감을 그려낸다.』<갤러리데이트 설명 발췌>

극소량의 물감을 풀어서 천을 담구면 한 참 후에 물감이 천에 침전 된다. 이것을 벽에 걸어 말리는 것이 한 번의 사이클이다. 이런 과정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여 층(레이어)을 만들고 나면 그 미세한 공간 사이에 빛의 회절과 굴절작용으로 다양한 빛이 나온다고 한다. 작가는 이것을 숨 쉬는 듯 미묘한 ‘숨 빛’으로 부른다.

김택상 작가는 전시장 중간 즈음에 걸려있는 최근 작품을 소개했다. ‘하얀 빛’이 스며 나오는 이 작품은 옅은 색을 띠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바깥에서 갑자기 뭔가 자신 속으로 들어와 감동을 줄 때처럼, 빛깔을 봤을 때 가슴이 작동하는 순간의 감동을 표현하려 했다. 그러한 감동을 다른 사람과 나눴을 때 순수한 의미의 소통이 시작된다. 예술가가 순수하다면 아마도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관객들과 ‘순수한 소통’을 나누는 이번 전시는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옆 팔레드시즈에 있는 갤러리데이트에서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데이트
– 일시 : 2013. 12. 1 –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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