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기展(해운대문화회관 제2전시실)_20250702

//작가 노트//
안녕하세요. 이현기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수년간 현대미술이라는 방대한 장르 안에서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실험적 매체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예술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삶에는 누구에게나 예상하지 못한 굴곡이 찾아오는 법인 것처럼 여러 개인적인 사정과 현실적인 이유들이 겹치며, 어느 순간부터 긴 시간 동안 창작의 손을 잠시 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 시간은 제게 공백기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리를 탐미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완전한 정지 상태였던 것은 아닙니다.
‘절필’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들판의 얼어붙은 흙 아래에서 조용히 꿈틀대며 생명을 준비하는 싹처럼, 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창작의 열망이 숨어 숨 쉬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오랜 침묵을 딛고, 다시 한번 조심스레 붓을 들고자 합니다.
단단히 눌러 담아 두었던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의 궤적을 새롭게 풀어내는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다시 걷는 이 걸음이 미약할지라도, 오랜 시간 응축된 에너지가 담긴 시작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오셔서 그 속에 담긴 시간과 마음을 함께 나누어 주신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삶과 나무’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는 ‘나무’라는 존재가 지닌 상징성과 그 안에 깃든 생의 철학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계절의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갑니다.
거센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 태울 듯이 뜨거운 햇살과 메마른 땅을 견디며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을 인내로 관통해 온 나무의 모습은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다양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슬픔과 기쁨을 마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꺾일 듯 휘청이지만, 결국 다시 뿌리로부터 생명력을 되찾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깊은 산속에 묵묵히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와도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나무의 생애를 단순한 자연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존재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나무는 더 이상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상처와 치유,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내면의 초상으로 등장합니다.
굵은 몸체와 갈라진 껍질, 잎사귀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아내며, 제가 느낀 삶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전시가 많은 분께 삶의 깊이와 성찰, 그리고 조용한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장소 : 해운대문화회관 제2전시실
일시 : 2024. 7. 2 – 7. 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