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자대비展(범어사 성보박물관)_20250502

//전시 소개//
금정총림 범어사 성보박물관(주지·박물관장 정오 스님)이 힘겹고 지치고, 무겁고 버거운 현대사회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별기획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를 지난 5월 2일 개막하였다. 6월부터는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며, 전시는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2025.5.2.~5.31.)’ 중 ‘뮤지엄×즐기다’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사업은 ‘급변하는 공동체와 박물관의 미래’를 주제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 공모가 이루어졌다. 142개관 118개 프로그램이 공모한 이번 사업은 최종 31개관(전시 9개관, 교육 22개관) 26개 프로그램이 선정되었으며,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정되어 지역문화 활성화에 앞장서는 뜻깊은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

특별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의 주요 전시 유물은 조선 후기~근대 범어사 현판이다. 이번 전시에서 현판은 유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예술성뿐만 아니라 건물의 성격과 기능, 사찰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서 대자대비의 공간, 천년 고찰 범어사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은 현대미술 작가 김정주·우징이 풀어낸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이다. 이로써 과거의 시간이 담긴 유물과 현대 작가의 예술작품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의 마음을 전달한다. 전시는 전체 3부로 구성된다.

‘1부 고해, 고뇌의 바다’에서는 거센 폭풍우 치는 바다를 고요하게 가라앉힌 역사적 순간들을 통해서 지금 내 눈앞의 높은 파도를 잔잔한 물결로 바꿔 놓고, 결국 평화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선사한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의 ‘금어선원’ 현판, 해강과 죽농의 ‘범어사’ 현판 등을 최초 공개한다. 동농 김가진(1846~1922)은 대한제국의 혁신 관료로 조선민족대동단을 창단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로, 당대 명필로도 알려져 있다. 금어선원은 선찰대본산 범어사의 근대 선원으로 현재까지 수많은 스님들의 선 수행 정진처가 되고 있다.

또한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사명대사 진영’과 함께 261년 만에 이루어진 조선통신사선의 오사카행 뱃길 재현의 여정이 담긴 영상을 소개한다. 2025년 뱃길 재현을 이루어낸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단순한 외교 사절단을 넘어 평화와 우정, 문화 교류의 상징이었던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되새긴다.

바다를 건너 돌아온 우리의 문화유산 ‘극락암 칠성도’도 소개된다. ‘극락암 칠성도’는 2015년 금정총림 범어사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된 경매로 환수된 문화유산이다. 칠성도는 북극성을 본존인 치성광여래로, 북두칠성 일곱 별을 각각 부처의 형상으로 표현한 불화로 불교와 도교가 어우러진 한국색이 강한 불화이다. ‘극락암 칠성도’는 전쟁 등 사회 혼란기에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염원이자 희망이 담겨 있다.

‘2부 항해, 망망대해 반야선에 올라’에서는 높고 거칠고 험한 내 눈앞의 파도를 헤치며 끝까지 항해할 수 있는 지혜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풍류로 바꿔 줄 깨달음을 찾는 여정에서 범어사로 안내한다.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에서 확인되는 ‘조계문’ 현판, ‘보제루’ 현판, 원효암의 ‘제일선원’, ‘무량수각’ 등의 현판이 전시된다. 해강 김규진의 글과 죽농 안순환의 그림이 어우러진 ‘범어사’ 현판, 원교 이광사의 글로 전해지는 ‘범어사’ 현판, 추사체의 현판 등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의 마음으로 흐른 범어사의 시간이 담겨 있으며, 당대 서예 대가들의 예술적 면모와 깨달음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범어사 백의관음보살도’는 깨달음을 찾는 여정에서 마주한 관세음보살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일렁이는 해수면을 배경으로 흰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자비로운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관세음보살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한 마음이 우리가 어떤 파도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3부 그리고 평화, 파랑새를 찾다’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속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찾아 헤맸던, 그리고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선재동자가 가르침을 청했던 관세음보살의 분신인 파랑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그리고 파랑새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 염원, 그 자체의 중요함을 전달한다. 여기서 만나는 ‘범어사 대웅전 영산회상도’,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각’, ‘미륵전’ 현판 등은 부처님의 공간을 상징한다.

‘범어사 대웅전 영산회상도’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과 청중이 모인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표현한 불화이다. 전시는 망망대해 바다 위에서 길을 잃은 중생들이 고요한 산사에서 조계문, 천왕문, 불이문을 지나며 인생의 고뇌를 내려놓고, 보제루를 지나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역사적 유물을 통한 현대사회 공감의 메시지에 이어지는 현대 작가의 예술작품을 통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慈大悲’는 이번 특별전시의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이다.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커뮤니티 아티스트 김정주, 조각가 우징이 함께했다. 김정주 작가는 가치아트(Gachi ART) 대표로 시민과 “같이 상상하여 가치를 찾고 같이 창조하여 가치를 공유”하는 Gachi 공작소와 국내외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와 전시 기획,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우징 작가는 철의 마지막 단계인 녹을 통해 자연으로의 회귀를 탐구하며, 이 과정이 작가 스스로와 닮았다고 한다. 철의 기억을 녹물로 표현하는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와인 코르크, 병뚜껑 등 이전에는 중요했지만 이제는 소용없다고 버려진 물건들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조음 관세음보살’은 작품에 비치된 징채를 관람객이 직접 쳤을 때 울리는 소리와 천정 원형에 투영된 파장을 통해 내면에 스며드는 해조음을 관객 참여 미술로 표현하였다.

우징의 ‘무거운 가방’은 철로 만든 여행용 가방이다. 철로 만든 가방의 무게는 이 가방을 들고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현실, 고행길의 이 시대를 대변한다. ‘관폭도’는 자연의 폭포를 통해 옛 선비들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순리대로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 임하라는 의미로 그렸던 주제이다. 작가는 녹물로 그린 ‘관폭도’와 산을 형상화한 ‘사라질 기억’을 통해 무거운 재료와 많은 양의 철을 다루어 온 시간, 마치 고행자의 길을 걸어온 수행자와 같은 심경을 표현하였다.

금정총림 범어사 성보박물관(주지·박물관장 정오 스님)은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있다. 고뇌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삶이라는데, 모두가 어둡고 막막하지 않겠나”라며, “지금 눈앞의 파도가 유난히 높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멈추거나 피하지 말자. 너른 바다를 잔잔한 물결로 바꾸고, 망망대해 항해를 풍류로 바꾸고, 그 끝에서 파랑새를 마주하자.”며,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만나는 大慈大悲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전의 연속인 고해의 길을 묵묵히 항해 중인 용기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관세음보살의 가르침이자 어머니의 마음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전시 기간 동안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자세한 공지는 범어사 성보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장소 : 범어사 성보박물관 상설전시관
일시 : 2024. 5. 2 –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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