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진展(갤러리 아리랑)_131214

2009년 센텀시티에서 개관 한 갤러리 아리랑이 작년 11월 마린시티 아라트리움 2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접근성과 달맞이 고개 못지않은 경치를 모두 잡은 셈이다. 천장이 높아 공간이 넓게 보이고 창 쪽으로 난 두 개의 파티션 공간은 작품 감상 외에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바닷가 쪽으로 파티션을 함으로써 작품이 있는 주 공간은 조용하고 아늑한 구조로 작품 감상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은영 대표의 안내로 갤러리 안내와 작품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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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갤러리 아리랑을 방문하기 전에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갤러리 방문 하루 전에 신지영 실장과 통화를 하면서 작가 면담 스케줄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성유진 작가는 통화하는 날 서울로 올라 갈 예정이라는 답변이었다. 다행히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와 성 작가가 서울 가지 전에 만나기로 약속 되어 있어서, 신지영 실장에게 스마트 폰으로 인터뷰 장면을 영상으로 대신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전시영상에 넣을 성 작가의 인터뷰 부분을 건질 수 있었다.

성유진 작가는 갤러리 아리랑에서 주력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동안 2009년, 2011년에 이어 이번에도 갤러리 아리랑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고 부산에서도 컬렉터들에게 반응이 좋은 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일찍 타지로 이사를 갔지만 여러 언론에서는 그녀를 부산 태생의 작가임을 강조하고 있고 작가 역시 그러한 부산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성 작가는 서울과 부산의 특정 갤러리를 지정해서 정기적으로 전시를 한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 인간’이 그려져 있다. ‘고양이 인간’이 고양이를 들고 있는 모습, 늑대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 피리를 불거나 양을 들고 있는 모습 등이 눈에 띈다. 회화 작품 외에 오브제, 꼭두 목조각, 부드러운 조각 등의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총 131점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어 그동안 작가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작업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대외적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작업실에서 생활 하는 편이라고 한다.

성유진 작가는 작품에서 세밀한 부분은 콘테를 이용해서 그린다. 캔버스가 아닌 천 위에 가는 선을 긋기 위해서는 콘테를 각 지게 깎고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해야만 한다. 콘테는 일반 연필과는 달리 지우개가 없다. 그래서 중간에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파기해야 한다. 작품 속 소재의 털과 수염을 자세히 살펴보니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작가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전시에도 ‘불안’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불안은 언제든지 찾아 든다. 아니, 찾아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자리 잡고. 언제든 일어나 의식의 한 자리를 차지 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 의식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처음엔 저항하다가 순간 온 몸의 기운이 빠지고, 감각의 스위치가 꺼지는 기분이 된다. 카메라에 불투명한 필터가 끼워지듯 시야가 아득해진다. 그나마 시선을 유지할 힘이 있는 게 다행이다. 그런 순간이 오면 한때는 아스팔트 갈라진 틈 사이로 솟아나는 식물의 생명력을 찬양했던 한 인간이 이제 그것을 무심히 밝고 지나간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작가 노트 중>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불안’이라는 주제와 함께 ‘사색과 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가 유년시절의 우울했던 기억, 현대인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 폰, 이로 인해 사색과 대화가 사라져 가는 현 시대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본다.

『전시 제목을 오래된 아이로 지은 것은 이 불안을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이 유년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로 되돌아가 보니, 그때의 그 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오래된 아이는 언젠가는 내게서 떠날지도 평생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내 그림에 표현되는 고양이 인간의 형태가 아이로 묘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불안의 무게감에 짓눌리지는 않는다. 그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 졌다. 』<작가 노트 중>

현대인들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불안’을 느끼며 산다. 그리고 그 불안은 누구에겐 바람처럼 금방 지나가기도 하지만 누구에겐 오랜 시간 동안 잠재되어 있기도 한다. 신은영 대표는 “이번 전시는 전시 관람을 하면서 자신의 어딘가 묻어 두었던 불안 우울 등을 살며시 꺼내보고 어쩌면 위로, 더 나아가 치유를 경험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불안’, ‘사색’, ‘대화’… 서로 연결고리로 엮어져 있는 이 세 가지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 새겨 볼 만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리랑
– 일시 : 2013. 12. 14 – 201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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