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주展(에스플러스 갤러리)_140205

[장면1] 요즘 러시아 소치에서는 동계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이 4년동안 준비한 기량을 힘껏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피드 스케이트와 쇼트트랙 등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각 나라가 각축을 벌이는 올림픽은 흥미와 함께 한편으로는 국가 간의 전쟁을 연상케 한다. 비록 피를 흘리는 싸움은 아니지만 전쟁과 같은 짜릿함을 느끼며 자국 선수를 응원한다.

[장면2]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스마트폭탄과 같은 정밀유도폭탄과 이라크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터트리는 패트리어트 방어 미사일을 CNN을 통해 보면서 전쟁의 참혹성 보다는 마치 오락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재구성 한 영상을 가감 없이 믿는다. 현지에서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죽었지만 TV를 통해 전쟁을 보는 지구촌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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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플러스갤러리에서 11번째 개인전을 갖는 송현주 작가는 무기와 관련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작품과 설치작품 등 15점이 전시됐다. 부산에서 군 생활 하면서 실제 본 항공모함과 무기들은 이후 그의 작가 활동에 큰 전환점이 됐다. 작가는 TV나 책에서 본 항공모함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찬미와 존경의 대상처럼 느꼈다. 실제 전쟁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갖는 항공모함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구촌에서는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이 있다. 그것이 국가일수도 있고 기관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권력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정의를 때론 뭉개버릴 때도 있다. 1+1=2가 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는 그렇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작품에서 전쟁과 무기 이미지를 혼합하여 흔들리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평면 작품에 레이어를 도입했다. 밑그림과 같은 이미지를 아크릴 위에 그리면서 조금씩 위치를 이동해 진동을 연출한다. 작가는 권력이나 힘에 의해 확실하지 않고 규정되어질 수 없는 정의로운 것에 대한 경각심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의 입구에는 커다란 항공모함이 벽에 붙여져 있다. 작가는 작품에 사용하는 모형과 자투리로 남은 런너들을 모아서 재료로 사용했다. 항공모함 위에는 비행기와 기타 모형들을 얹었고 벽에는 군사 말표판을 만들어 전쟁 상황을 아날로그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호한다. 영원할 것 같은 디지털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드디스크 표면의 산화로 인해 또 다른 하드디스크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데이터가 손상되고 이미지 픽셀은 깨어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와 관련된 작업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 장치들이 설치된 최신의 무기들이 등장하는 현 시대는 권력의 탐욕에 의해 또 다른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 디지털 기술로 더 정확해진 무기를 수단으로 위협한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을 행복하게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맹신을 경고한다. 숫자로 구성된 디지털이 정확할 수는 있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감성마저 정확하게 조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장면1]과 [장면2]처럼 전쟁과 오락의 경계는 어쩌면 디지털이 만들어낸 부작용 중 하나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기 이미지와 흔들리는 이미지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불확실성을 다양한 회화적 실험 작품을 선보인 이번 송현주 작가의 개인전은 에스플러스갤러리에서 3월 16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에스플러스 갤러리
– 일시 : 2014. 2. 5 –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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