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임展(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_20260610

//작가 노트//
옻을 주재료로 하는 작업에 있어서 전통의 방식과 재료의 본질이라는 문제는 늘 풀어나갈 방법이자 탐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전통적으로 옻이 목재 등을 소재로 한 공예품에서 도료로 쓰임이 주된 역할이었다면 현대의 옻은 여러 분야에서 재료로 응용될 뿐 아니라 회화적 매체로서 다양한 소재와 결합해 물성의 독립적이면서 독특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사용되고 증명되어 온 재료를 오늘날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 낼 수 있는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감이나 도료를 사용하는 작업과는 다른 생각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옻칠은 겹겹이 쌓이는 과정의 반복과 시간의 기다림, 환경 조건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됩니다. 다루기 쉽지 않은 재료와 작업 과정 속에서 시간을 채우고 감정을 다스리며 나를 찾는 과정을 반복해 가야 합니다. 옻이 스스로 변화하고 자리 잡는 속도를 받아들이며, 이를 통제하기보다 관찰하고 동행하며 수행합니다. 어린 아이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조심스럽고 주의깊게 지켜보는 부모의 눈처럼, 나의 작업은 내면의 성찰과 반성. 평상심을 유지하며 아이처럼 변화하고 성장하는 옻칠을 연마하고 기다리는데 그 처음과 끝을 같이 합니다. 옻이 빛을 머금고 표면 위로 피어나는 순간은 작업의 긴 시간 속에서 맞이하는 하나의 호흡이자 기다림의 결과입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인 천( 天. 화판.우주). 지( 地. 자연. 자개).인( 人. 문양. 사람)은 자신을 자각하고 자연과 우주와 공존하고 맺는 관계를 상징합니다. 자개, 난각, 금분, 은분, 토분 등 각기 다른 재료들은 다양성을 이룹니다. 사람을 상징하는 문양은 같은 것이 없으며 이는 인간 개개인의 존엄과 독립성을 의미합니다. ‘광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우리의 어제와 오늘. 공동체의 역사와 변화를 상징합니다. 농경사회가 근간인 우리에게 마당은 같이 웃고 나누던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마당은 광장이 되고 놀이의 장이 되고 삶의 장소로 확장되어 현대적 감각 속에 재구성합니다. 선과 색의 작업은 장식성과 밀도의 관계를 탐구마며, 한 가지 색 혹은 최소한의 색 조합만으로 옻칠 특유의 깊이를 드러내고 재료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표현합니다.
변화’와 ‘그 자리에’는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의미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것은 변화 발전해 나가야 하고 어떤 것들은 자리를 지킴으로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빠른 변화와 적응을 요구하는 요즘 Ai의 등장은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그러나옻칠의 느림과 정직함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상반된 시간 사이에서 느리고 정직하게 켜켜히 시간을 쌓아가는 옻칠작업을 통해 변하지 않는 가치(value)를 모두 같이(together)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최여임//

//전시 서문//
커넥트: 어제를 담아 오늘을 말하다

겹겹이 쌓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오늘’의 풍경은 수많은 ‘어제’의 흔적과 기억들로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커넥트: 어제를 담아 오늘을 말하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따뜻한 시선을 건넵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 기억의 파편,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역사의 순간들은 단순히 과거라는 이름 아래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며, 현재의 삶을 이루는 단단한 지층이 됩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시간의 깊이를 목판 위에 담아내며,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연결되어 숨 쉬고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시선 끝에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치열하고 눈부신 계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봅니다.

우리의 지나온 ‘어제’는 어떤 모습으로 지금의 ‘오늘’을 이루고 있는지요.

각각의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Line)을 이루듯, 이번 전시가 독립된 일상 속에서 나와 타인,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깊숙이 연결하는 뜻깊은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대들은 모두 찬란합니다.//최여진//

장소 : 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
일시 : 202. 6. 10 – 6.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