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휴대폰을 공중에 던져 얻어낸 1만 5천 장의 ‘비명’: 장치 프로그램 권력에 균열 내다
올해 5월, 서울의 사진계와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전시 ‘0.1s 장치교란’이 청주를 거쳐 부산에 온다. 실험사진가 박남사의 개인전 ‘0.1s 장치교란 – 부산 순회전’이 오는 2026년 8월 8일(토)부터 8월 29일(토)까지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부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부산갤러리에서 기획한 사진 역사 200년을 기념한 전시의 일환이다.
이 전시는 AI, 알고리즘이 설계한 촘촘한 프로그램의 ‘손바닥’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장치 프로그램을 자신의 의도대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치를 다루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사실상 장치 프로그램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박남사는 이 같은 장치 지배 사회에서 인간이 과연 장치에 저항하거나 교란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작가는 이 질문을 휴대폰 ‘투척’이라는 행위로 구체화한다. 2018년부터 길거리, 학교, 기차역, 카페, 도서관 등 일상 공간에서 휴대폰을 공중으로 던지는 파격적인 실험을 지속해 왔다. 공중에 던져진 휴대폰은 1초 동안 10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장치가 의도하지 않은 이미지를 배출하고자 했다.
지난 8년 동안 작가는 약 1,500번의 휴대폰 투척으로 약 1만 5천 장의 연속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 사진들은 기존 예술사진의 문법인 구도, 시점, 프레이밍, 빛, 심도 등을 완전히 이탈한다. 공중에 내던져진 휴대폰은 빠르게 회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 결과 피사체의 직선은 휘어지고, 풍경은 소용돌이치며, 대상은 알아볼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로 변한다.
박남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창작의 주체로서 오랫동안 강조되어 온 ‘작가’의 위상에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인 작가 개념은 작품 제작을 완전히 통제하는 온전한 주체이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작가보다는 허공에 내던져진 카메라 장치와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 운동이 결합하여 생산된다.
작가는 휴대폰 투척으로 무작위로 촬영된 사진에서 인간이 장치의 통제를 잠시 벗어난 짧은 순간을 발견한다. AI를 비롯한 장치 프로그램이 현대인의 사고와 행동을 점점 지배하는 이 시대에, 이 전시는 예술이 장치 프로그램에 균열을 시도하는 작은 실험이다.

//작가 노트//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투척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어 장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혹은 감추고 싶은—이미지들을 비명을 지르듯 토해 내게 하려 했다.
이 사진의 진정한 주체는 인간인 내가 아니라 차가운 장치와 물리적 운동이다. 작가로서 내가 한 일은 단지 휴대폰을 공중에 힘차게 내던진 것뿐이다.
각각의 이미지는 0.1초 동안 장치의 시각이 교란된 순간의 기록이다. 이 기이한 사진들 속에서 나는 장치에 대한 인간의 작은 승리를 꿈꾼다.
우리는 장치 프로그램이 설계한 폐쇄 회로의 틀 안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과 AI로 대변되는 이 견고한 질서는 우리의 지각, 사유, 욕망까지도 통제한다. 나는 이 매끄러운 지배에 균열을 내기 위해, 나를 가장 밀착해서 통제하는 장치인 ‘휴대폰’을 극한의 물리적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는다.
2018년부터 이어 온 이 행위는 일종의 장치에 대한 나의 저항이다. 나는 휴대폰을 공중에 던진 뒤, 1초 동안 10장의 연속 사진을 촬영하게 한다. 중력을 거스르며 비행하는 0.1초의 찰나, 카메라 장치는 자신의 프로그램 범위를 이탈한다. 그 순간 장치는 비명을 지르듯 왜곡되고 파열된 이미지들을 쏟아 낸다. 그것은 카메라 장치에 가해진 의도적인 교란의 결과이며, 장치의 시각이 마비된 지점에서 피어난 낯선 추상 이미지들이다.
지난 8년간 1,500번의 투척과 1만 5천 장의 기록은 승산 없는 싸움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치가 교란된 틈새로 터져 나온 이 기이한 이미지 파편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장치의 종속에서 잠시 벗어난 인간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전시는 첨단 장치의 질서를 ‘예술’의 이름으로 가하는 타격이자, 장치에 대한 나의 은밀한 승리의 기록이다.//박남사//
장소 : 부산 갤러리
일시 : 2026. 8. 8 – 8.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