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기획의도)//
수영을 하는 동안 수면 위로 드러난 얼굴은 수모와 물안경으로 거의 가려지고, 마치 유니폼처럼 비슷한 수영복 차림들은 일체감을 주면서도 일종의 익명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현실의 ‘나’로부터 잠시 벗어나 서로 다른 행복과 욕망이 교차하는 축소된 세계를 온전히 즐긴다. 수영장에서 적용되는 ‘50분 운동, 10분 휴식’ 규칙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삶의 아이러니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자 하였으며, 나아가 관람객 스스로 행복과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질문을 던지길 기대한다.

//전시내용//
작가가 살고있는 소도시는 고령자가 많은 지역이라 수영장에도 노인 전용 레일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그들에게 수영시간은 세월에 무거워진 몸의 무게를 부력으로 덜어낼 수 있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 즐거움에 쉬지 않고 운동을 하다, 심정지로 한 달에도 몇 번씩 구급차가 오는 일이 생기자 ’50min ON, 10min OFF’라는 룰이 생겨났다. 이 단순한 규칙은 안전장치로 만들어졌지만, 작가에게는 수영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타나는 행복을 위한 욕망과 삶의 아이러니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텍스트로 다가왔고, 그 양면성에 대한 고민을 인간의 형상으로 풀어냈다.
//작가노트//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에는 시설이 훌륭하지 않지만 규모가 꽤나 큰 실내 수영장이 하나 있다. 몇 달 전부터 아내와 함께 그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만삭에 가까워진 아내가 뱃속 아이와 양수의 늘어난 무게를 잠시나마 부력의 도움으로 덜어 내기에는 수영장 만한 곳이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이곳을 꽤 성실히, 의지를 가지고 다녔다.
이곳은 생각보다 붐비고 다양한 사람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가는 오전 시간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르신들 역시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바깥보다 좋으신지 걷는 레일에서 매일 같은 얼굴을 마주칠 수 있었다. 뒤로 걷는 할머니, 걸음을 멈추지 않고 수다 삼매경 중인 사람들, 소외되어 보이지만 느린 박자로 틈에 끼어 걷는 할아버지들, 그들의 표정과 몸의 리듬에서 이 시간은 분명 세월의 무게를 잠시 잊는 특별히 활력 넘치는 순간임을 느꼈다. 물속에서 가벼움을 만끽하는 지금의 아내처럼.
자주 마주치는 익숙한 사람들 중에 어느 부자(父子)가 있다. 아이가 독특해 보였다. 레일의 시작 부근에서 허공에 손을 뻗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잡는 듯 행동을 반복한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다가와 아이를 인사시키며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점에 대해 아주 익숙한 듯이 설명을 했다. 아마도 아이아버지는 타인의 운동에 방해가 될까 양해를 구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청소년 정도 되어 보이지만 노는 모습은 보통의 어느 어린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천진난만해 보였다.
둘러보면 이곳에는 항상 이 부자의 모습과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이 또는 몸이 자란 자식과 몸을 부비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보호자들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중력의 무게를 덜어낸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수영장이란 곳은 무엇일까.
언젠가부터 내가 알던 수영장과는 다른 풍경의 수영장이 보였다.
부력이 주는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속도에 맞는 레인에 들어가 건강한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노인과 젊은이, 어린아이, 임산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평등한 공간, 항상 존재했던 풍경이 낯섦으로 다가왔을 때 새로운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타인에게 관심 갖지 않고 살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되묻는다.//조광훈//
장소 : 프로방스 갤러리
일시 : 2026. 9. 12 – 10.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