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춰 서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베란다 한구석이나 방 한편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의 존재입니다. 그들은 소란스러운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잎을 뻗고 생명을 이어갑니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그 조용한 생명력으로부터 얻은 깊은 위로와 평온을 시각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아크릴 물감과 아주 가는 세필(細筆)을 사용해 겹겹이 선을 쌓아 올리는 과정은 제게 일종의 수행이자, 식물과의 긴밀한 대화였습니다. 선과 선이 만나 잎사귀의 촘촘한 결이 되고, 가느다란 가시와 줄기의 단단함이 되는 시간은 식물이 자라나는 속도와 닮아 있습니다. 이 느리고 세밀한 붓질을 통해 저는 자연이 가진 생명력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제 작품 속 식물들은 단순히 멈춰 있는 자연이 아닙니다. 뻗어 나가는 선인장의 줄기 사이로, 혹은 무성한 잎사귀의 그늘 속으로 작고 다채로운 물고기(구피)들이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물 밖의 식물과 물속의 생명이 경계를 허물고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숨 쉬는 이 초현실적인 풍경은, 지친 일상을 벗어나 꿈꾸는 평화롭고 따뜻한 안식처를 상징합니다.
이 조밀하고 끈기 있는 붓 자국들이 만들어낸 초록의 공간이 관람객 여러분에게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잎을 틔우는 저 식물들처럼, 제 그림이 지친 마음에 가만히 내려앉는 따뜻한 위로와 조용한 회복의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김천관//
장소 : 숩 갤러리
일시 : 2026. 9. 22 – 10. 1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