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임展(소비지 갤러리)_20261006

//작가 노트//
돌아보면 나의 작업은 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하나의 세계관을 정해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며 경험하고 욕망하고 충돌하고 깨닫는 동안 나의 시선은 계속 변했고, 작업 역시 그 변화와 함께 움직여 왔다.

처음에는 아이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상상한다. 민화에서 발견한 해학과 자유분방함은 내가 바라던 세계와 닮아 있다.

오래된 이미지에 새로운 기술과 상상을 더하며 현실의 질서에서 벗어나 이상을 꿈꾸었다.

‘가상의 욕망’은 그 시절의 천진한 욕망,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꿈의 세계다.

그러나 아이의 꿈은 성장하면서 세상을 향한 욕망과 열정으로 변한다. ‘우아한 파괴자’에서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공주 종이인형과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궁중 모란을 통해 그것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욕망을 감추기보다 밖으로 꺼내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욕망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반대편도 선명해진다. 현실을 욕망하는 ‘다임’과 욕망에서 벗어나 자연의 질서에 머물고 싶어 하는 ‘요하동’이 동시에 존재한다. ‘두 개의 페르소나’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지우려 하지 않는다. 서로 모순되는 두 모습 모두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무렵 시선은 다시 자연으로 향한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의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인간 역시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잠시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관심은 눈앞의 형상에서 점차 그 너머에서 감각되는 것으로 옮겨 갔다. 물이 지나간 자리, 파도가 남긴 흔적,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계처럼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는 형상보다 그것이 지나간 뒤 남겨 놓은 감각에 마음이 머물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작업의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 렌티큘러, 드로잉, 사진과 회화 등 매체를 구분하기보다 그때의 생각과 감각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내게 매체는 작업의 목적이 아니라 삶에서 발견한 질문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에 가깝다.

‘굿모닝! 광안리’는 그렇게 흘러온 작업과 나의 삶이 한 지점에서 만난 작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이 스쳐 가고, 익숙했던 풍경과 사랑했던 존재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처음부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기록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없이 걷고 바라보고 기다리며 축적된 시간은 어느 순간 그 자체로 나의 작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나는 예술에 대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예술은 완성된 생각을 표현하는 결과물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험하고, 감각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삶이 변화하면서 작업도 변화하고, 작업을 통해 다시 삶을 이해하며 작가와 작품이 함께 성숙해 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방식이며 앞으로도 계속 작업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정다임//

장소 : 소비지 갤러리
일시 : 2026. 10. 6 – 10.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