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얼굴에 새겨진 기억과 망각의 풍경
손종민의 개인전은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짚고,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며, 앞으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자화상은 외형을 재현하는 그림에 머물지 않는다. 얼굴에 드리운 그늘과 근육의 움직임, 표정을 이루는 선들은 지나온 시간을 불러오는 단서가 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얼굴들을 통해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전시장에는 흑백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인물화들이 벽면을 따라 배치돼 있다. 밝게 드러난 얼굴의 일부와 짙은 어둠에 잠긴 부분, 거칠고 중첩된 듯한 선들은 얼굴을 하나의 고정된 인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어떤 얼굴은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어떤 얼굴은 어둠 속에서 윤곽만을 드러낸다. 같은 공간에 놓인 얼굴들은 서로 다른 표정과 명암을 통해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여러 감정과 시간의 층위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그릴 때 그 안에서 과거가 읽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선 하나를 그을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렇게 불려 나온 기억은 다시 그림에 나타난다. 이때 그림은 이미 지나간 일을 기록하는 수단인 동시에, 그 일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마주하는 자리가 된다.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는 행위와 기억을 더듬는 행위가 겹쳐지면서,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그 과정에서 좋은 기억과 지우고 싶은 기억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작가는 과거의 경험들이 그림 속에 나타나고 조금씩 지워지는 가운데 새로운 미래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망각은 과거를 완전히 없애는 일이라기보다, 기억과 맺고 있던 관계가 달라지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잊으려 했던 일을 다시 바라보고, 그 기억이 현재의 자신에게 남긴 흔적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전시 서문의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인간의 조용한 독백”이라는 문장은 이러한 작업의 방향을 압축한다. 얼굴에 남은 어둠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의 표시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경험과 말로 옮기기 어려운 마음이 머무는 자리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얼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따라가며,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사이에서 각자의 해석을 만들어 간다.
사진 속 전시 공간에는 얼굴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거리와 앉아서 머물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다. 벽면의 인물들은 관람객을 둘러싸듯 놓여 있으며, 그 사이에서 감상은 작품을 차례로 확인하는 일을 넘어 얼굴 앞에 잠시 머무는 경험이 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얼굴의 형상은 서로의 차이를 살피게 하고, 표정과 시선에 담긴 미묘한 변화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손종민은 자신의 자아상이 타인의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얼굴에서 출발한 그림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에도 닿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과거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얼굴에 남은 흔적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한 개인의 자기 응시를 우리 모두의 질문으로 넓힌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려 하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가.
//작가 노트//
잊고 싶은 망각은 결국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인간의 조용한 독백이다.
장소 : 갤러리 공감
일시 : 2026. 10. 14 – 10. 2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