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연민이 들어왔다.
나갔다.
이름을 바꾸었다.
구구구
어느 집으로 갈까
누구 집으로 갈까
구구구
‘이 불쾌한 녀석!’
구구구구
2024년, 먼 곳의 전쟁에서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기사 속 사진을 토대로 아이들을 그렸다. 그림 옆에는 기사 내용을 적었다. 묽은 물감이 패널 위로 흘러내리고 번져 형태가 온전히 남지 않았다. 이 그림들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지금은 창고에 있다.

이후 사람을 그릴 때마다 그들을 그려도 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 시선에 연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는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알아보고 그것을 덜어주려는 마음이다. 공감과 달리 그 안에는 도우려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없다. 도울 수 없으면서 연민하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일상에서 평안하게, 혹은 고통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삶이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의 두 아저씨는 늦은 저녁 지하철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고된 하루 끝에 서로를 지탱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건너편에 앉아 그들이 내릴 때까지 지켜보았다. 서로 개입하지 않고 스쳐 가는 순간들을 그리며, 나의 한계와 그들과의 거리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연민의 대상을 그려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저녁 비둘기와 창문’은 이 고민에서 출발했다. 처음에 이 그림에는 창문과 창살만 있었다. 창문 안의 붉은색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지만, 창살이 앞을 가로막는다. 나는 그 그림 한 켠에 비둘기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새, 창 안을 들여다보지만 들어갈 수는 없는 존재다.
앞으로는 비둘기로 상징되는 예술가의 시선, 곧 타인의 삶을 바라보지만 그 안에 들어갈 허락은 받지 못한 시선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최여정//
장소 : PH 갤러리
일시 : 2026. 10. 17 – 11. 1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