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욱展(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 기획전시실, 복병산작은미술관)_20261019

//전시 소개//
불에 탄 숲에 새 생명이 움트듯, 돌을 새기는 사람들의 손에도 삶의 시간이 쌓인다. 자연과 사람이 남긴 흔적을 한자리에서 살피는 유현욱 작가의 전시 ‘살아나는 검은숲Ⅱ & 화요일의 손들’이 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원장 임무성) 본관 1·2층과 본관 앞마당의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19일 개막한 전시는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경계의 공간’을 탐구해 온 작가의 시선이 숲에서 사람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재 이후 숲에서 발견한 소멸과 재생의 풍경을 다룬 기존 작업과, 중구문화원 전각 수업에 참여한 시민 13명의 손을 기록한 신작을 함께 선보인다. 자연의 흔적과 사람의 흔적을 연결하며, 문화원을 삶과 기억이 축적되는 장소로 바라본다.

본관 1·2층에서는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한 회화·평면 및 설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불에 탄 숲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소멸이 또 다른 생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산불 현장의 탄가루로 나무의 흔적을 되살려 온 작가는 사라진 것의 자취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가능성을 찾는다.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는 자연의 표면을 향하던 시선이 사람의 손등으로 옮겨간다. 작가는 2026년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전각 수업에 참여해 시민들과 돌을 새기고 이야기를 나눴다. 손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은 작품 제작을 위한 준비를 넘어, 같은 장소에서 관계와 시간을 쌓는 과정이 됐다.

화면을 가득 채운 손등에는 마디의 주름과 손톱 둘레의 거친 피부, 반점과 힘줄이 드러난다. 작가는 숯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안료로 손을 그렸다. 검은 입자가 피부의 골에 스며들고 겹쳐지면서 평소 지나치기 쉬운 차이를 드러낸다. 전각 수업의 소리와 이야기를 담은 사운드 작업은 그림과 함께 시민들이 만들어 온 일상의 시간을 전한다.

얼굴이나 손바닥 대신 손등을 택한 것은 개인적인 정보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손가락의 길이와 두께, 손톱의 모양과 피부의 결은 저마다 다르다. 작품은 ‘손’이라는 공통의 이름 아래 가려진 개별적인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에 붙일 이름도 손의 주인이 선택하도록 해, 자신의 손이 어떤 이름으로 세상 앞에 놓일지 결정할 권한을 당사자에게 돌려줬다.

김종기 미술평론가·철학박사는 평론 ‘손은 하나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에서 손등을 한 사람이 살아온 세계가 접혀 있는 표면으로 읽는다. 들뢰즈의 ‘주름’을 통해 반복된 몸짓과 접촉의 기억을 짚고, 아감벤의 ‘도래하는 공동체’를 빌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고유함을 간직한 채 함께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이러한 해석은 전시 제목이 ‘손’이 아닌 ‘손들’인 이유와도 맞닿는다. 같은 화요일, 같은 공간에서 전각을 배웠어도 각자의 손이 거쳐 온 삶은 다르다. 나란히 놓인 손들은 차이를 지우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전시 공간을 잇는 것은 흔적이 장소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숲에는 소멸과 재생의 시간이, 문화원에는 시민들의 손과 행위가 쌓인다. 전시는 적산가옥인 문화원을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건물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삶이 이어지는 문화 공간으로 비춘다.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장소 : 부산광역시중구문화원 기획전시실, 복병산작은미술관
일시 : 2026. 10. 19 –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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