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표展(갤러리조이)_140524

얼마 전까지 앙상했던 뒤뜰 감나무에 잎이 무성해지고 인근 초등학교 담장 밖으로 장미꽃들이 붉은 자태를 뽐내며 만개하는 계절이다. 낮에는 여름과 같은 기온이지만 그래도 흔히 이야기 하는 낭만의 계절 아닌가. 해운대 바닷가에는 벌써 여름 패션으로 갈아입었고 젊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표정이 참 밝다. 부산에 살면서 받고 있는 혜택이지만 요즘 따라 바다를 보면서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 오늘도 달맞이 언덕의 전시소식을 취재하러 오르막길을 오른다.

땀을 닦으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 갤러리 조이를 방문했다. 최근 갤러리 조이는 변화가 있었다. 같은 건물 5층에서 접근성이 좋은 1층으로 이전한 것도 그렇고, 그동안 전시소식을 부지런히 알려주던 단가영 큐레이터가 그만두고 김예지 큐레이터가 새로 업무를 맡게 됐다. 전시가 시작되면 꼭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알려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큐레이터 업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참 수월하고 괜찮은 듯 보이지만, 실제 애로사항이 많은 직무이기도 하다. 긴 사다리에 올라서서 조명을 조정하거나, 관객들이 찾아오면 일일이 응대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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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조이 전시장을 들어서니 색감이 진한 작품이 눈에 띈다. 온 몸이 시원 해 지는 느낌이다. 결코 갤러리 천장에서 나오는 냉방 때문은 아니었다. 정면에 파도가 철썩거리는 그림이 크게 자리 잡고 있고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바다와 바다 인근의 마을, 꽃 등의 그림이다. 다가서서 작품을 살펴보니 작가는 물감을 두껍게 사용하고 붓의 움직임이 힘찼다. 작가는 거친 붓터치로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소재 및 대상이 무엇이든지 정체되어 있는, 즉 생동감이 결여된 것에는 시선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소재 및 대상일지라도 미적 감흥을 유발하는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시선이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이란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운을 시각화하는 일인지 모른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정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 생명의 기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 및 대상을 찾는 것은 아마도 고향 앞바다의 힘찬 파도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파도로부터 강렬하고 힘찬 생의 기운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자각했을 수 있기에 그렇다.』 <신항섭의 평론중에서>

홍경표 작가의 고향은 울진 죽변이고 지금도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곳이 작가의 고향 풍경이다. 필자는 강원도 거진, 대진 등의 통제소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새벽에 출항해서 거친 파도와 싸우고 아침이면 소주 대병을 옆에 차고 콧노래를 부르던 어부들과 그물코를 수선하는 어부의 아내들을 늘 봐 왔다. 바다란 곳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멋져 보이지만 그 바다에서 생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전쟁터요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씩이나 겪어야하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나다. 아마도 홍경표 작가는 이러한 바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거칠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제 그림은 움직임을 중시하는 편이고, 그 움직임에서 느끼는 생명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 자연에서 느끼는 생명의 기원을 시각화 하는 것이 제 그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서는 색이 상당히 원색적이고 표현하는 방법이 상당히 거칠고 원시적인 편입니다. 그 거칠다는 것은 즉 다듬어지지 않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자연의 변하지 않는 원형질을 찾아가는 것, 그런 것이 제 그림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그림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느끼는 생명성을 가지고 눈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생명성은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것인데 이것을 시각화 하고 제 화폭에 옮기는 것이 제 그림입니다. 그래서 제 그림은 시원(始原)으로 떠나는, 태초의 곳으로 떠나는, 또 색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가끔 설명을 합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그의 작품에는 힘찬 바다와 거친 파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 안 쪽에는 비가 오는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거친 붓을 사용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비 오는 거리에 우산을 쓰고 가는 여인의 모습에서 가슴 어디선가 촉촉해 지는 것을 느낀다. 거친 색상과 태초의 생명성을 그리면서도 관객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리는 서정성은 홍경표 작가의 큰 특징이다. 색의 여행을 떠나는 ‘The Color’展은 다음 달 2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조이
– 일시 : 2014. 5. 24 – 6. 2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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